"종교, 더이상 정부지원이나 시혜에 기댈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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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더이상 정부지원이나 시혜에 기댈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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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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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종교와 사회통합-상생을 위한 7대 종교간 대화'를 개최했다.

송석구 위원장은 "사실 우리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종교간 협력과 대화, 상생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최근 그 동안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부 사회적 문제들이 일어나기도 해서 정부를 포함, 사회통합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덕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축사를 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어느 종교도 국가권력이나 정부의 지원이나 시혜에 기댈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고, 현대 종교는 순전히 개인의 영혼과 영성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 어느 종교도 지나간 시대에 누렸던 독점적 지위를 다시 누릴 수 없으며 거기에 향수를 지녀서도 안 된다. 조선조 시대 유교나 고려 시대 불교가 누렸던 것과 같은 영광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또 단지 '전통'이라는 이름(전통문화, 전통종교)에 의지해서 혜택을 기대할 수도 없다. 70~80년대부터 급속히 성장해서 한국 사회의 주류 종교의 하나로 자리 잡은 그리스도교(개신교·가톨릭) 역시 이제는 권력의 유혹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 다종교 사회, 탈종교 시대의 종교들은 외부의 도움보다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어떤 종교든 순전히 메시지 자체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종교는 이전보다 더 순수한 종교, 더 진정성을 지닌 신자들을 확보하는 종교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예수, 붓다(부처), 공자 등 종교 창시자들은 폭력이 아닌 고통에의 공감을 통해 새 길을 연 위대한 인격들로서 우리를 그 길로 부르는 구원자가 됐다"면서 "그런데 오늘의 종교는 왜 이런가? 교리적 틀 속에 갇혀 개폐의 실상을 들어내지 못하며 탐진치의 독에 빠져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는 힘을 상실해 버렸고, 도토리 키재기식 우월다툼의 올무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타자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종교는 아무리 멋지게 꾸며졌다 하더라도 차축시대의 종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각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은 "2008년 조계종 종교편향위원회에서는 미국과 같이 '증오유발 금지법' 같은 법률적 제재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교차별 금지법'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진일보한 정부 정책안은 종교평화 내지 종교간 균형의 평균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며 "종교와 정치권력의 야합과 헤게모니 장악 시도가 현실화되는 세태 속에 오늘날 '종교간 대화'란 상호 헤게모니의 양보와 사회적 지분 확보의 노력 중단 양태에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홍진 천주교 쑥고개 성당 주임신부는 "비록 종교의 사상과 그 믿음체계는 다르다 하더라도 각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이 땅에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제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땅의 많은 종교인들이 각기 다른 신앙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각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상생의 의미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오늘날 이 땅에 살아가는 종교인들은 아무리 종교 다원화 시대라 하더라도 서로의 존중과 배려를 통한 아름다운 공동체, 아름다운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할 사회통합의 시대적 소명을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정병조 금강대 총장의 사회로 노영상 장신대 교수(기독교), 최용춘 상지영서대 교수(불교), 변진흥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천주교), 박광수 원광대 교수(원불교), 이상호 대구한의대 교수(유교), 김춘성 천도교종학대학원 원장(천도교), 임형진 고려대 교수(민족종교) 등 7대 종단을 대표하는 교수들이 토론을 벌였다.

노영상 교수는 "다양한 종교의 만남은 자칫 종교 간의 반목과 문명의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종교상황 속에서 종교 간의 '민주적 평화'를 도모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서로간의 견제와 자성을 통해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종교적 토대를 쌓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용춘 교수는 "남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가르침은 그 이상의 종교적 가르침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나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면 남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윤리의식은 사회생활의 규범"이라며 "내 종교에 대한 신념과 타 종교에 대한 존경심이 발현될 때 비로소 종교간 상생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진흥 교수는 "한국 종교계가 스스로 '화해의 도구'가 되려 한다면, 이정배 교수가 말하듯이 '타자와 더불어 눈물 흘릴 수 있는 힘(공감)'의 영성을 뿜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길희성 교수가 강조하듯이 '자기 종교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창조적 대화'를 우선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원광대 교수는 "종교를 정치의 도구화로 삼으려는 정권에 대한 과감한 비판정신과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교단 중심적 이기주의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통해 종교 본연의 정신을 회복할 때 사회통합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상호 교수는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미래 사회를 대비해서 종교는 제자리를 찾아 구원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종교인의 의식개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며 "종교간 상호비방 금지 협약은 아닐지라도 각 종교의 종단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선언과 더불어 신앙인들의 구체적인 종교 갈등 방지 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춘성 천도교 종학대학원 원장은 "결국 종교다원화 시대 타 종교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각 종교 간의 대화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형식적인 대화가 아닌 실질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시대의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가는 지혜를 서로에게 배우는 데 있다"고 특기했다.

임형진 교수는 "지도자의 모범보다 더한 교육은 없다고 한다. 하물며 종교 지도자의 사회통합을 위한 헌신적 모습이야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기에 종교 간의 대화는 물론 타 종교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보여주고 나아가 신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회통합위원회는 2009년 12월 설립 이후 종교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7대 종단 지도자 방문, 종교계 지도자 오찬, 종교자문회의 개최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종교계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감으로서 종교계와 사회통합을 위한 파트너십을 만들어 간다는 복안이다.

사회통합위는 "이번 토론회는 종교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본 위원회가 펼쳐온 다양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열린 것"이라며 "최근 사찰 땅밟기나 수쿠크법 등으로 인해 종교간 이해와 협력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와 사회통합-상생을 위한 7대 종교간 대화' 는 종교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7대 종단과 함께 양대 종교협력 기구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후원했다. 사회통합위가 주최하는 종교간 토론회는 올 하반기에도 한 차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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