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의학전문기자
심장병은 협심증 관상동맥 협착증 스텐트 시술 줄줄이 떠오르지만 정맥 질환은 대부분 생소합니다.
“다리가 부어요”, “발바닥이 아파요”, “정강이가 시리고 아픕니다”, “일어서면 허벅지가 아파요”…
우리는 주위에 흔치않게 이런 환자들을 만납니다.
현직 의사인 필자도 많은 환자들을 내가 속한 신경외과의 영역에서만 통증의 원인을 판단하고 고민 없이 방치한 환자들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혈액 순환은 동맥순환 즉 상수도 역할을 하는 동맥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인 조직의 허혈이 발생합니다. 하수도에 해당하는 정맥은 천천히 덜 치명적지만 그 원인에 대해 그동안 심각한 고민을 못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림프 순환은 암이나 상당히 진행된 상황의 환자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정맥 순환 부전은 기능적으로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아주 불편하고 불쾌한 통증을 끈질게 호소합니다. 진통제에 반응이 별로 없는 울혈성 통증을 동반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아왔던 하지정맥류는 굵어진 다리에 울퉁불퉁한 혈관이 흉물스럽게 튀어나온 코끼리다리 같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영문으로 varicose vein이라고 하고, varicose는 그 어원이 ‘포도송이’를 뜻하는 그리스어이기 때문입니다. 즉, 혈관이 꼬불꼬불 돌출된 혈관을 ‘하지정맥류’라고 불렀고 이것이 병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맥부전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정맥부전은 혈관돌출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맥부전이 혈관돌출로 이어지기 전 상태에 있다면, 환자는 정맥부전으로 인한 통증·저림·시림·열감 등의 다양한 증상만 겪게 되고 밖으로는 아무런 혈관돌출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정맥부전’이 아니라 ‘하지정맥류’라고 하는 육안으로 보이는 증상이 병명이 되었을까요.
의학기술이 발달되기 전에 붙여진 병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증상이 명명이 된 사례들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심증(狹心症)’입니다.
가슴(심)이 좁아져(협) 들어오는 같은 느낌을 주는 증상(증)에 협심증이라는 병명을 붙였습니다.
지금 협심증의 원인은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상동맥협착질환’(CAOD : coronary arterial obstructive disease) 이라는 병명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혈관초음파가 발달되기 전, 원인 모르게 다리 혈관이 튀어나오는 질환에 대해 ‘하지정맥류’라는 병명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원인이 하지정맥부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오해를 부르는 하지정맥류라는 용어를 하지정맥부전(VRD : Venous Refluxive Disease)라고 불러야 합니다.
정말 의사들도 전공이라고 하는 흉부외과 의사들도 새로이 공부와 연구를 시작하고 새로운 개념의 치료를 도입하는 추세이고 통증을 연구하는 의사들도 날이 갈수록 관심을 더해가는 정맥 부전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심도 있게 본지에서 다루고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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