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창작하지 말라’는 전라북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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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창작하지 말라’는 전라북도에 바란다
  • 장세진
  • 승인 2013.03.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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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라북도는 ‘2013문화예술전문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30개 단체 41개 사업에 총 9억 5000만 원이 배정됐다. 전라북도는 ‘2013무대공연 작품제작지원사업’ 선정 결과도 발표했다. 27개 단체에 4억 7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세 곳이 추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8일엔 ‘전라북도문예진흥기금’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해마다 이런저런 논란을 불러오고, 구설에 오를망정 전라북도의 문예진흥기금이 예술인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인 건 확실하다. 전라북도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문화 ? 예술 활동은 전무할 지경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전국 각지의 문학단체들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각종 사업을 하고 있다. 예컨대 문인추모사업의 하나로 실시하는 백일장이나 공모전, 그리고 문학상 시상 등이 그렇다. 물론 전북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전북새만금문학제’처럼 문인 추모가 아닌 행사도 있지만, 그것 역시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꿈조차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 운영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필자 역시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너희가 선생님이냐’와 ‘인간의 도리’라는 산문집을 펴낸 적이 있다. 각각 5년 전과 2년 전 일이다.
  그런데 지난 달 ‘깜도 안 되는 것들이’라는 산문집을 펴낼 때는 그러지 못했다. 불과 2년도 안되어 다시 책을 내게 되어서다. 개인 창작집의 경우 3년 단위로 문예진흥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서다.
  바꿔 말하면 3년 주기의 개인 지원은 열심히 창작에 임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이지만, 썩 이해되지 않는 제약이다.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는 문화 ? 예술인들에게 큰 힘의 재정적 보탬이 되게 하자는 것이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의 취지라 할 때 그렇다. 유독 개인창작 지원에만 적용하는 그런 규정은 결과적으로 창작열을 꺾고 있는 셈이어서 문제인 것이다.
  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출판이 가능한 문학평론 원고를 탈고해놓은 상태다. 또 영화평론집 원고도 80%가량 집필한 상태다.(이건 동해금속이 전북예총을 통해 주는 ‘디에이치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무릇 글쟁이라면 그렇게 열심히 창작활동에 임해야 맞는 게 아닌가? 1~2년 단위로 책을 펴내는 일이 잘못은 아닐 것이다.
  가령 소수의 동인들이 몇 편씩 모아 해마다 출판하는 동인지와 비교해보자. 몇 명이라도 뭉쳐서 하면 되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친 개인 창작집은 3년 주기로 출판하라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시집과 산문집의 차이 없는 지원액수도 문제다. 대개 시집은 산문집 판형보다 작은 규격에 100여 쪽의 책자로 출판된다. 그에 비해 수필집이나 소설집 등 산문집은 보통 300쪽 내외의 책이다. 아무리 문예진흥기금이 출판비 일부 지원이라 하더라도 차등을 둬 지원해야 맞지 않을까?
  수필집이나 소설집 같은 산문집에 비해 ‘방대한’ 분량의 평론집의 경우 시집보다 많은 지원금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긴 2년 전 300만 원이 1년 전엔 250만 원으로 깎인 걸 보면 언제 시집과 같은 지원금이 될지 모를 일이다.
  문예진흥기금 손질과 함께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다. 2010년 말 딱 한 번 시행하고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해버린 ‘작가저서구매지원사업’의 부활이 그것이다. 전라북도뿐 아니라 전주시나 군산시 등 지자체는 이 사업을 통해 문인들의 열악한 창작환경이 다소나마 해소되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문화 ? 예술은 경제논리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지자체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문화 ? 예술을 관광상품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마인드를 지자체장이 갖고 있느냐이다. 부디 전라북도는 문화 ? 예술인들에게 사랑받는 지자체가 되길 당부한다.
장세진(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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