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유료화 이후 성과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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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유료화 이후 성과와 행보
  • 한종수 기자
  • 승인 2013.0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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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 우려반 속의 성공적 안착

-7개월간 45만명 찾아, 무료입장 시절과 비슷
-향후 경기전 위상정립과 가치구현 과제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를 상징하는 경기전(사적 제339호)이 지난 2012년 6월 1일자로 유료로 전환됐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시작된  경기전 유료화의 과정과 성과를 분석해 향후 한옥마을 관광의 거점지로 경기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수면위로 나온 경기전 유료화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신성한 공간이다.
때문에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경기전의 공간이 축소될 때 까지 존엄한 공간으로서 출입이 제한됐다.
이후 경기전이 조금씩 개방되었고, 도심 속 휴식의 공간이자 조선왕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또한 한옥마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부터는 경기전이 관광의 거점지로 급부상, 이에 따라 신성한 공간 이라기보다는 도심공원이라는 인식의 시작이 병폐를 낳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과 자각은 경기전을 유료로 운영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통해 시작됐다.
우선은 시민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고, 토론회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유료화에 대한 공감대 부족과 한옥마을 상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유료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료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문화유산을 효과적이면서 안전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전주보다 문화재가 많은 경주, 부여, 공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외국에서도 대부분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어 시민들의 의견도 대부분 유료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에서도 58.5%가 경기전을 유료화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명제아래 시작된 경기전 유료화는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경기전 관리운영 조례를 개정, 경기전은 6월 1일자로 유료로 전환됐다.

◇기대반, 우려반 속의 유료화 성공적 안착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기대감과 한옥마을 상권 위축이라는 우려 속에 경기전 유료화 준비가 진행됐다.
누구도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시민들과 유료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유료화 시행을 위해 매표시설 점검 및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을 세심히 정비하는 한편 관광객을 위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세심히 분석했다.
이렇듯 관람객에 대한 편의시설 정비와 맞춤형 관광 콘텐츠 확충 등 체계적인 준비 작업을 마친 후 유료로 전환했다.
경기전 유료화 후 첫 주말 3일간 관람객은 9,82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료관람객은 8,568명(87.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나머지 1,255명(12.8%)는 6세이하 유치원생 등과 65세 이상 고령자 등 무료관람객이었다.
유료관람에 따른 입장료 수입은 654만 5,000원으로 1인당 평균 666원을 지출한 셈이다.
나들이 철 휴일 추산 4,000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예상외의 반응이었다는 분석이었지만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되어 온 관광위축 등 우려를 말끔히 털어냈다.
오히려 그 존엄과 가치를 제고하고, 한옥마을 일대 관광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은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외부관광객들도 타 문화재 관람료와 만족도를 비교했을 때 관람료 1,000원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전주시민들도 경기전이 신성하고 존엄한 공간으로 탈바꿈되었고, 무엇보다도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자존감이 커지게 되었다며 흡족해 했다.
이러한 만족도는 꾸준한 관람객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6월 1일 이후 12월 말까지 총 45만명이 경기전을 찾았다.
이는 평상시 무료관람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이와 같은 성공적인 요인으로는 유료화와 관계없이 경기전이라는 곳이 태조어진이 봉안되어 있고 조경묘를 비롯해 전주사고, 어진박물관 등 볼거리들이 많고, 체험 프로그램 등이 잘 정비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경기전 유료화는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반증했다.

◇관람 콘텐츠 및 편의시설 확충
경기전 유료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는 부분이 관람 콘텐츠 부분이다.
이전과 다르게 부속건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관광객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 경기전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충분히 느끼게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문장 교대식이나 왕실의상 체험 등 10여개의 체험 프로그램은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가 좋아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또한 이른 아침에 시작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던 경기전 분향례를 오전시간으로 옮겨 진행함, 관광객과 함께 존엄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경기전 유료화에 맞추어 개방한 전주사고 또한 관람의 필수코스가 됐다.
그동안 개방되지 않아 덩그렇게 놓여진 전주사고의 문을 개방, 전주사고와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전시물을 확충함으로써 새로운 관람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어진박물관의 역할도 크다.
경기전과 태조어진에 대한 역사가 전시되어 있어 600년 경기전과 태조어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어진을 봉안할 때 쓰였던 신연이나 향정자, 가교 등 의식구들도 관람할 수 있다.
조선왕실과 관련해 기획된 일련의 전시들도 관람객 몰이에 힘을 실었다.

◇태조어진 국보승격과 기념행사
경기전 유료화에 가장 큰 힘을 실었던 것은 지난해 6월 29일 유일본인 태조어진(국보 제317호)이 국보로 승격된 일이다.
실로 경사스러움이 곱절이 된 셈이다.
태조어진의 국보승격은 전주시민의 염원이었고, 이로써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전주시민의 자존감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국내 유일본인 태조어진의 국보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전과 오목대, 태조로 일원에서 펼쳐진 기념행사는 여느 축제에 못지않게 성대하게 치러졌다.
주요행사는 태조어진 이안행렬 재현과 고유제, 태조어진 특별전시회 및 어진박물관 전시실 리노베이션 등으로 구성됐다.
태조어진 이안행렬은 오목대에서 경기전까지 약 500m를 취타대와 기마대, 전라감사, 어진이안 가마, 제관 등 100여명이 참여해 장관을 이뤘다.
또한 어진박물관 전시실을 개편, 어진실에서 태조어진을 원본과 관련된 유물을 새롭게 공개하였고,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 등 6분의 어진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제2어진실로 옮겨 단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는 경기전의 가치를 드높이고, 전주시민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일깨워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만 하다.

◇경기전 위상정립과 가치구현
경기전이 유료로 전환됨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의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료화 초기 야기되었던 각종 의구심은 말끔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향후 경기전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경기전은 전주를 상징해온 문화유산이다.
앞으로도 전주 관광 1번지로서 기대가 크다.
따라서 유료화 이후 현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통해 가치의 재창출로 순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전주시에서 준비하고 있는 2013년 경기전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들을 보면 매우 바람직하다.
우선 유료화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던 경기전 정전에 대한 원형복원 사업이 눈에 띈다.
어진박물관 건립 이후 6분의 어진이 어진박물관으로 옮겨감에 따라 다소 썰렁해진 정전의 공간을 드무(궁궐이나 중요한 목조건물이 있는 곳에 방화수를 담아 놓는 그릇), 운검 등을 복원해 새롭게 단장하는 내용이다.
관광객에게 좋은 평을 얻었던 체험 프로그램도 새롭게 보강해 운영하며, 태조어진 이안행렬(연 6회)과 전라감사 망궐례(연 2회) 등을 정례화 하여 볼거리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한지축제기간에 맞춰 조선왕조실록 포쇄를 재현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경기전의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대거 정비된다.
해설사 없이도 경기전을 관람할 수 있는 관광안내시스템(오디오가이드)이 도입될 예정이며, 관광객을 위한 화장실이 올해 5월에 새로 신축된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저력은 전통문화에 있다”면서 “경기전은 전통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통해 경기전의 위상을 높여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 필요
경기전이 유료로 전환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일련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나 전주시민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 발굴이 시급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앞으로 해마다 조선왕조 발상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생생히 느끼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경기전의 기품 있는 문화를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종수 기자 press7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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