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학교 공부도 1~2등보다는 좀 낮은 성적을 얻는 것이 여유 있고 멋져 보인다.
나 역시 학생 때는 100점보다 99점이 더 멋져 보였다고 기억한다.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두고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마음의 여유는 풍기는 멋으로 통한다. 그 여분을 자기만의 멋으로 채울수 있으리라 풍기는 매력은 소화된 멋이므로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을 지닌다.
더구나 술값을 낼 때마다 즐거운 기분으로 낼 줄 알면 더욱 매력을 풍긴다. 친구의 출세와 성공을 칭송(稱讚)할 줄 아는 이는 최고로 멋진 사람이다.
한평생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멋을 풍긴다. 먹고 사는 일에 여유(餘裕) 있는 태도에서 멋이 풍긴다. 직업이 없어도 비굴(卑屈)하지 않는 이는 남다른 매력이 넘친다.
찻집이나 순례하며 출세한 친구들을 차례대로 불러내어 점심을 얻어먹고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지 않는 이도 멋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너무 출세하여 쉴 시간조차 없이 바쁜 친구에게 머리 식힐 짬을 만들어 주고 가진 돈을 계산 없이 쓸 수 있는 기회까지도 제공해 줄줄 알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그토록 바쁘기만 해야 할 이유가 없고 출세만 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간혹 깨우쳐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과 다른 옷차림을 할 수 있는 이는 멋진 사람이다. 비록 스커트를 입은 남자라도 스커트 차림으로 당당할 수 있다면 그만의 멋으로 그치지 않고 보는 이들을 또 얼마나 경이롭게 해 주는가. 고급승용차 뒷자리에 목을 묻듯 누워 다니는 사람보다는 달구지를 몰고 대로(번화가)를 내왕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멋지다.
이런 기인(奇人)들을 용납하는 사회는 멋을 아는 사회이며 이런 정도의 기인들이지만 많을수록 그 사회는 자유롭고 풍요롭고 꿈이 많은 사회가 아닐까!
모름지기 이런 기인들을 어여삐 여기며 키울 줄 아는 사회가 풍기는 멋은 두고두고 우리 역사를 향기롭게 할 것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사회인들이 풍기는 멋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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