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멋보다 풍기는 매력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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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멋보다 풍기는 매력을(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6.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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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학교 공부도 1~2등보다는 좀 낮은 성적을 얻는 것이 여유 있고 멋져 보인다. 
나 역시 학생 때는 100점보다 99점이 더 멋져 보였다고 기억한다.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두고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마음의 여유는 풍기는 멋으로 통한다. 그 여분을 자기만의 멋으로 채울수 있으리라 풍기는 매력은 소화된 멋이므로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을 지닌다.

또한, 풍기는 멋은 유머와 위트가 발달한 사람의 것이리라. 왜냐하면 유머와 위트란 여유의 샘터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이런 샘터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도 생기기 때문에 풍기는 멋은 창조적 능률적인 작업과 탄력 있는 성격을 겸하게 된다. 때리면 맞아 줄 줄도. 돌아서면 조금도 상쳐 받지 않고 가장 자기다움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성격. 이런 사람은 로마에선 로마사람이 되고 무식한 사람들 앞에서는 무식할 줄 알아야 한다. 외국말을 잘하지 않아도 유식해 보이고 갖춰 입지 않아도 멋을 풍긴다. 높은 사람에게 굽실대지 않고 그런데도 불손(不遜)하지도 않고 오직 자기다움을 돋보이는 멋을 풍길 뿐이다. 집을 장만 하기 위해 매번 공짜 술을 얻어 마시는 이 보다 집을 좀 늦게 장만 하더라도 항상 술값을 내는 이는 멋진 사람이다.
더구나 술값을 낼 때마다 즐거운 기분으로 낼 줄 알면 더욱 매력을 풍긴다. 친구의 출세와 성공을 칭송(稱讚)할 줄 아는 이는 최고로 멋진 사람이다.
한평생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멋을 풍긴다. 먹고 사는 일에 여유(餘裕) 있는 태도에서 멋이 풍긴다. 직업이 없어도 비굴(卑屈)하지 않는 이는 남다른 매력이 넘친다.
찻집이나 순례하며 출세한 친구들을 차례대로 불러내어 점심을 얻어먹고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지 않는 이도 멋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너무 출세하여 쉴 시간조차 없이 바쁜 친구에게 머리 식힐 짬을 만들어 주고 가진 돈을 계산 없이 쓸 수 있는 기회까지도 제공해 줄줄 알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이 그토록 바쁘기만 해야 할 이유가 없고 출세만 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간혹 깨우쳐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과 다른 옷차림을 할 수 있는 이는 멋진 사람이다. 비록 스커트를 입은 남자라도 스커트 차림으로 당당할 수 있다면 그만의 멋으로 그치지 않고 보는 이들을 또 얼마나 경이롭게 해 주는가. 고급승용차 뒷자리에 목을 묻듯 누워 다니는 사람보다는 달구지를 몰고 대로(번화가)를 내왕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멋지다.
이런 기인(奇人)들을 용납하는 사회는 멋을 아는 사회이며 이런 정도의 기인들이지만 많을수록 그 사회는 자유롭고 풍요롭고 꿈이 많은 사회가 아닐까!
모름지기 이런 기인들을 어여삐 여기며 키울 줄 아는 사회가 풍기는 멋은 두고두고 우리 역사를 향기롭게 할 것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사회인들이 풍기는 멋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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