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결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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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의 의미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4.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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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로나19 와중에도 별 탈 없이 끝났다. 별 탈 없이 끝난 것 뿐아니라 투표율까지 66.2%를 기록했다.

이는 2,912만 8,040명이 투표에 참여한 수치다. 1992년 총선때 71.9%를 기록한 이래 28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투표율이다.

직전(2016년) 총선 최종 투표율 58%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와중에 치르는 선거인데다가 높은 투표율까지, 21대 총선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모범사례로 꼽아 온 외신들은 한국이 민주주의와 선거에서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국가로 우뚝 섰다고 평가했다”(한국일보, 2020년 4월 16일)는 것인데, 가령 미국 UPI통신은 “이번 총선의 높은 투표율은 코로나19 확산 곡선을 평평하게 만든 한국의 강력한 대응이 반영된 것”이라 보도했다.

아무튼 21대 총선 결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까지 합쳐 180명 당선인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만 빼고 모든 걸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이 됐다.

여당이 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한 총선은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직후 경쟁 정당이 붕괴한 상황에서 치러진 5·6대,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임명하던 유신 독재 시절의 9·10대 총선을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21대 총선 결과는 또 다른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주류는 분단 기득권 세력, 자본 기득권 세력, 그리고 영남 패권 기득권 세력이 결합한 카르텔이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현신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박정희 체제의 마지막 계승자였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총선 결과를 박정희 체제 청산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한겨레, 2020년 4월 17일)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른바 주류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인데,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연거푸 네 번 승리한 것은 맞다. 특히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특정 정파에 한 번도 4연승을 허락하지 않던 표심이기에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그럴 듯해 보인다.  

한편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석 포함 103명 당선에 그쳤다. 그 외 정의당 6, 열린민주당 3, 국민의당 3, 무소속 5석 등 총 300명의 제21대 국회의원이 뽑혔다.

여당 압승, 야당 참패의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지만, 찝찝함이 남는다. 거대 양당이 벌인 꼼수의 위성정당에 대한 심판이 없는 결과로 나타나서다. 4+1의 패스트트랙으로 이루어진 선거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게도 거대 양당 비례 위성정당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역구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추가 비례의석까지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면 더불어민주당 비례 의석은 6석이어야 하는데 17석이나 가져갔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13석인데 19석을 챙겼다. 꼼수의 위성정당 때문에 가장 큰 손해를 본 정당은 정의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은 9.67%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해, 원래대로라면 보정된 연동배분 의석수에서 10석, 병립형 비례 의석수에서 2석 등 모두 12석을 가져갔어야 했지만, 5석에 불과했다. 국민의당 9, 열린민주당 7석도 각각 3석에 그쳤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가져간 몫만큼 소수 정당의 몫이 줄어든 것이다. 비례 의석의 경우 미래통합당이 더 많지만, 결과적으로 벼룩이 간을 빼먹은 집권여당의 승리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그 외 태극기부대를 자처한 국회의원들이나 세월호라든가 대통령 해외순방을 천렵질로 비하한 막말 후보, 당적을 수도 없이 옮겨다닌 철새 정치인들를 솎아낸 매서운데다가 날카롭고, 정확하기까지 한 민심임을 보여준 21대 총선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15일 밤 자정이 되기도 전, 그러니까 한창 개표가 진행중인 시간에 일찌감치 사의 표명과 함께 당을 떠났다.

지도부 공백 등 박근혜 탄핵 직후의 멘붕 상태 못지 않은 당혹감이 미래통합당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라 할까. 당장 대패한 선거의 사령탑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하려는 문제로 시끌짝하니, 참 딱한 일이다. 미래통합당은 과연 이 위기를 잘 극복해 새로운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동아일보가 접촉한 미래통합당 낙선 후보들이 “이런 야당이라면 2022 대선도 필패”라고 말했다는데, 대한민국의 주류가 완전히 교체된 것일까. 진짜로 그런지 다가올 2022 대선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리 4연승에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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