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광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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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광신도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4.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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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처럼 연일 사상 처음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령 4월 6일로 또다시 연기된 각급 학교 개학일도 사상 처음 일이다. 그렇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위중한 요즘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발원지라 할 만큼 초창기 극심했던 중국 말고는 유럽과 미국 등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15일로 예정됐던 문학회 임시총회 무기한 연기에 이어 불투명해진 5월 중순 교원문학상 시상식 개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이 엄중한 와중에도 한사코 떼로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긴박하게 자제를 명령 내지 호소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일군의 무리들이다.
일례로 그들은 광화문광장 집회를 강행하는가 하면 리더가 구속되자 교회에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는 등 코로나19 예방 및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는게 ‘전광훈 목사 석방’이라니 박근혜를 연호하던 태극기부대 저리가라 할 정도다. 오해가 없게 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어떤 종교나 이념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믿는 건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이란 말이다. 그렇다. 나는 보수나 진보도 아닌 무신론자다.
그러나 예배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지적하는 것은, 내가 무신론자여서가 아니다. 그들의 행태가 이성을 잃고 특정 대상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광신도(狂信徒)에 다름 아니어서다.
영국 심리학자 맥스웰 테일러의 저서 ‘광신도들’을 인용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교양영어사전’을 보면, 광신도에겐 10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몇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광신도는 다른 모든 일을 배제한 채 하나에만 집중하고, 세상을 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본다.
정상적 수준의 사회적 압력에 무감각해 그 표준에서 많이 벗어나고,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 기본적인 분별력이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의 적합성에 추호의 의심도 없으며, 다른 사람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다.
목사들은 말도 안 되는 설교를 늘어놓기까지 한다. 가령 당국의 종교집회 자제 요청에도 주일 예배를 강행한 익산의 어느 대형교회 아무개 목사는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다윗왕 같은 대통령이 없어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낮술을 먹어서 그런지 얼이 잠깐 빠져서인지 알 수가 없다.
“하나님이 명령하시면 그날부로 코로나는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도 했는데, 당장 기도해 그렇게 되도록 하지 왜 이렇듯 사상 처음인 일들이 계속 벌어지게 하는지 진짜 궁금하다.
그것 못지않게 더 큰 문제는 말도 안 되는 목사 설교에 ‘아멘’으로 환호하고, 마침내 한통속이 되고마는 열혈 신자들이다.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광신도 말이다.
그 수습에 대한 책임은 있을지언정 코로나19가 목사의 말처럼 대통령의 잘못은 아니다.
코로나19는, 굳이 말하면 동물에 대한 무차별적 살상과 환경 파괴를 일삼아온 인류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성 재앙이라 할 수 있다. 인류라면 그 책임으로부터 아무도 예외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는 야당 주장처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만큼 한가로운 재앙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 심각한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 선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998년 아이엠에프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방 및 종식 노력에 어깃장을 놓는 광신도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더 리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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