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방 없는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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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 방 없는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4.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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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KBS 2TV는 최근 세 편의 드라마를 종영했다.
지난 3월 19일 수목드라마 ‘포레스트’와 3월 22일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그리고 3월 27일 일일극 ‘우아한 모녀’가 그것이다.
‘포레스트’는 이미 만나보았고, 일일극은 아예 시청하지 않으므로 이제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를 살펴볼 차례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뉴스 보는 걸 포기하면서까지 6개월 내내 본방 사수한 100부(옛 50부)작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지만, 그러나 여느 KBS 2TV 주말드라마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해 9월 28일 17.1%로 출발하더니 평균 시청률 23.5%에 머물고 말아서다. 최고 시청률도 32.3%에 그쳤다. 최종회 시청률은 32.0%다.
흥미로운 것은 13.6%의 최저 시청률로 추락한 시점이다. 2019년 10월 26일인데, KBO 한국시리즈 4차전 야구경기 중계로 1시간 늦춘 방송에 시청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일련의 KBS 2TV 주말드라마들의 높은 시청률을 보면 극심한 편애라 할까, 충성도 강한 요지부동 시청층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 그걸 뒤집거나 최소한 흔들어댄 결과로 나타나서다.
난데없는 연말(12월 28일~29일) 결방도 시청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말 가요대제전이나 연기대상 특집으로 결방한 듯하지만 그게 아니다. 연말 대형 특집 프로에 시청자들이 이동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결방이라 할 수 있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결방 대신 내보낸 스페셜편은 저조한 시청률 끌어올리기를 노린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그 직후도 19.4%에 그쳤다.
아무튼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은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고교생 구준겸이 자살로 죽고, 이후 거기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다.
준겸(진호은)과 같이 죽으려다가 살아남은 김청아(설인아)와 그의 어머니 홍유라(나영희), 형 구준휘(김재영)가 이야기 중심에 있다. 청아 언니 김설아(조윤희)와 남편 도진우(오민석)의 헤어짐과 재결합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이다.
그 외 재벌 갑질 홍화영(박해미), 불륜 문해랑(조우리), 누명 쓴 강시월(강시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으면서도 반듯한 가치관의 문태랑(윤박), 뒷방 늙은이 신세의 김영웅(박영규), 유라와 함께 엄마의 그릇된 자식 감싸기를 보여주는 선우영애(김미숙), 고아를 3명이나 입양해 키운 경찰관 문준익(정원중) 등 많은 인물이 극을 이끌어간다.
무슨 주말극이 고교생 자살로 문을 여는지 시작부터 의아하게 만든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의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그리해 들었다 놨다하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무릇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상적 현실과 동떨어진 전개라는 얘기다.
그 연장선에서 임직원 8만 명을 둔 대기업 부회장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의아하긴 하지만, 오히려 마늘 까고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등 진우의 설아를 향한 진정성이 짠하고 찡할 정도다.
하긴 청아의 씩씩하고 이타적인 삶의 자세라든가 대기업 대주주인 준휘의 건강하면서도 상식적 인간형인 캐릭터가 기억에 남긴 한다.
주말드라마 특성상 해피엔딩이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좋은게 좋다식 전개가 너무 심한 점도 지적할만하다. 가령 설아를 둘러싼 진우와 태랑의 관계를 보자.
삼각관계에 빠진 그들이 그렇게 사이 좋을 수 없는게 현실적 모습이다. 더구나 진우는 태랑에겐 자신의 동생 해랑을 불륜녀가 되게한 멱살잡이를 해도 시원찮은 ‘나쁜 놈’이지 않은가!
청아와 준휘의 맺어짐도 그렇다. 그들의 우여곡절 사랑이 축하해줄 일이긴 하지만, 준휘의 사촌 형 진우는 청아의 친언니다. 족보가 심하게 꼬여버린, 이런 막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어 좀 그렇다. 뺑소니범 누명을 쓴 시월을 냅다 아들로 삼는 준익을 통해서는 입양의 수월함 등 현실과 사뭇 다른 왜곡이 드러나기도 한다.
군데군데 의아스러운 대목도 있다. 먼저 아무리 현직 경찰이라 해도 10년 전 고교생일 때의 자살 시도가 징계 사유가 되는지, 나아가 정직 1개월 처분을 받는게 부당한 건 아닌지 의아하다. 경찰 시험에 합격한지 1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첫 출근이나 연수도 안받고 일선 부서에 배치되는지 어설픈 무전기 다룸도 그렇다.
성격창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령 2019년 11월 20일 방송을 보자.
준휘는 모태 솔로(연애 한 번도 못해본 사람)의 쑥맥으로 그려지는데, 눈 감는 청아에게 “니가 기다리는 것(키스-인용자) 다음에 할게”라 말하는 등 마치 그 방면 달인처럼 묘사되고 있다. 유라가 시월에게 무릎 꿇고 하는 속죄도 실제로 그럴 수 있는지 의아하다.
배우들이 구사하는 대사의 발음상 오류도 피해가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예컨대 “주렁주렁 달린 식구가 며신(며친)데”(2019년 10월 27일), “깨끄치(시) 치우면 되죠?”(2019년 10월 27일), “깨끄치(시) 처리해줄게”(2월 8일, “유채꼬시(치)구나”(3월 15일)는 4명의 배우가 각각 한 말이다.
특정 배우에 그치지 않고 4명이 하나로 범한 발음상 오류는 대본의 문제로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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