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국가가 나서서 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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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국가가 나서서 끊게 하라
  • 투데이안
  • 승인 2010.08.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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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필의 노래 그리고 생명 ② = 지금으로부터 꼭 8년 전인 2002년 8월27일 코미디 황제 이주일 선생이 타계했다.

선생은 지독한 애연으로 생긴 폐암 때문에 연예계 발전을 위해 해줘야 할 수많은 일들을 남겨둔 채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필자는 선생이 살아있을 때 두 번 정도 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담배를 많이 피웠다.

건강한 줄 알았던 선생의 충격적인 고해성사 앞에서 국민들은 담배의 해악에 대해 깊은 인식을 하게 됐고 상당수 애연가들이 금연을 선언했다. 필자 역시 평소 존경하던 선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담배를 끊게 됐다.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하면서 금연의 문턱 앞에서 되돌아서기를 숱하게 했지만, 선생이 유언처럼 남긴 흡연 경고는 필자로 하여금 알아서 그 문턱을 넘어서게 했다.

금연을 시작하니 역시 좋은 것이 많았다. 일단 지갑 속 현금이 줄지 않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했다.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아이는 담배를 피울 때만 해도 퇴근 후 안아주려고 하면 늘 “냄새나”라며 코를 잡고 되돌아 섰지만 담배를 끊자 스스로 달려와서 안길 정도였다. 필자 자신도 늘 기분이 상쾌했고 피부도 한결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한달을 버텼지만 결국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갔다가 다시 흡연의 유혹에 허물어 지고 말았다. 그 후 8년 동안 나날이 발전하는 최첨단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저 타르·니코틴 함량의 담배는 필자의 오른손에서 떠날 줄 모른다. 지갑 속 현금은 늘 소리 없이 줄어들고, 아내와 아이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딸은 다시 내게 안기기를 거부한다. 필자는 그런 딸을 두고 ‘사춘기니 당연하지’라며 애써 태연해 하지만 그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필자의 지인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lifenriding/110092595490)에서 담배를 두고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멸망 당한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문명인들이 남긴 복수와 저주’라고 일컬었다. 즉, 15~16세기에 신대륙인 (중)남미를 침략한 스페인 사람들이 금은보화와 함께 유럽으로 전한 담배가 ‘합법적 마약’으로 전세계에 퍼져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만일 백인들이 인디오들과의 평화와 공존을 선택했다면 담배와 함께 해독제도 전달 받았을 것’이라는 말로 금연 외에는 담배의 중독성을 해결할 수 없는 인류의 한계를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담배의 가공할 중독성은 사람의 힘으로 끊는데 한계가 있다. 누군가 강제적으로 끊게끔 하지 않고서는 절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헌법 소원을 냈다.내용인즉 ‘국가가 담배 사업을 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의 기본권에 반하는 담배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도 사업가이자 생명운동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문 변호인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헌법소원을 내기 전에 자문을 해봤다. 그러자 과거에는 공공기관(담배인삼공사)이었으나 지금은 민영화(KT&G)가 됐기에 각하될 것이라며 다들 만류했다. 하지만 필자는 국가가 담배를 통해 막대한 세금을 모아 복지사업에 쓴다는 취지는 모순이라는 흔적을 남겨놓고 싶었기 때문에 달걀로 바위 치는 일을 했다. 아울러 이렇게 공식적으로 헌법 소원을 제기하면 필자도 여러 시선들 때문에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필자의 헌법소원은 담배인삼공사가 이젠 KT&G로 민영화됐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필자는 요즘도 하루에 여러 개피의 담배를 피운다.

필자가 운영하는 백야 에스테틱 강남점이 위치한 서울 압구정동 건물은 금연빌딩이다. 담배를 피우려면밖으로 나와야 한다. 폭우라도 내리는 날에는 담배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인가 싶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나 부담금은 6종이다. 제품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나머지는 가격과 상관없이 담배 갑당 일정한 세금이 붙게 된다. 2500원짜리 담배를 예로 들면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연초안정화부담금 15원, 폐기물부담금 7원, 부가세 227원 등 총 1564.5원이 붙는데 이는 담배 한갑의 62.6%가 세금이란 계산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담배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국가가 담배 사업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연교육, 금연구역 설정, 금연 과태료 등을 도입해 국민 건강을 지켜준다고 한다. 이같은 이중적 태도는 매우 잘못된 모습이다.

오래 전부터 서방 선진국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미개한 사람처럼 인식시켜 왔다. 때문에 이들 나라에 가서 음식점이나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간 법적 처벌까지 받는다. 2001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고 하나 아직 OECD 국가 중 남성 흡연율 1위는 한국이다. 남성 흡연율 감소와 달리 여성 흡연율은 오히려 늘어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 오는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도 서울에서 연다. 그러니 이쯤에서 국가가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번 세기 안에 인류 공공의 적인 담배를 없애는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현재 담배 가격이 2500원인데 이를 2만5000원으로 10배만 올려라.

당연히 흡연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담배는 피우는 사람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간접흡연으로 타인에까지 피해를 준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세계 최초로 시행해 각국에 전파해야 한다. 그 동안 국가가 국민의 흡연을 조장해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여 왔다. 이젠 국가가 나서서 국민이 금연을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에게 주어진 당연한 책무다.

그 동안 흡연으로 야기된 폐암으로 인해 안타깝게 타계하며 후세에 금연의 메시지를 남긴 이주일 선생님, 탤런트 이미경씨, 탤런트 박광정씨, 가수 이남이 선배, 백남봉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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