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수 없는 땅, 타클라마칸 사막 마라톤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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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올 수 없는 땅, 타클라마칸 사막 마라톤 완주기
  • 투데이안
  • 승인 2010.08.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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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을 떴다. 어디가 어딘지 아직 모르겠다. 아직 사막에 있어야 하는데...


덥지도 않다. 목도 안 마르다. 옆에 있어야 할 도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어디일까? 한참을 생각 후에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렇다. 이제 나는 안전한 땅, 축복의 땅, 물이 있는 곳, 생명의 풀이 있는 곳에 있는 것이다.

마냥 행복하다. “아아!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이제 푸른 산에 가면 두려운 행복이 될 것 같다. 너무 행복해서 조금이나마 날아간다면 가슴 아픔을 참기 힘들 것 같은 조바심에 ...

며칠 전까지 나는 사막에 있었다.
서바이벌 타클라마칸 사막 마라톤 100킬로미터를 도전하고 있었다.

누군가 시켜서 왔다면 백번도 더 포기를 했을 것이다. 뭔가를 생각하겠다고 하면서 의미를 두면서 참가한 머리는 온통 눈으로 받아들여지는 쇠조각같은 돌덩이와 금방이라도 살을 녹일 것 같은 뜨거운 모래를 보면서 생각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았다.

괜히 음성온도계를 가져왔나 보다. 차라리 모르면 더욱 좋았을 것을? 온도는 섭씨 45도를 가리 켰다.

이런 곳을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게 하는 것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선택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이었다. 머리의 한쪽에 저장된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의 이미지도 에너지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숨을 곳 하나, 그늘 하나 없는 타클라마칸 코스에서 가족을 떠올리면 어찌 그리 눈물이 펑펑 나오든지. 옆에 있는 도우미가 모르도록 소리를 죽이고 눈물이 만들어져 나왔다.

사막에서 눈물은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몸 전체를 시원하게 하는 청량제 같은 작용을 해주었다.

모래바람이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진 고글은 나의 눈물을 가두어서 습기를 만들었다. 가끔 안경을 들면 주루룩 덩어리 눈물이 쏟아진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 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그 동안 조금이나 잘못 살았던 삶을 반성해 본다.

특별한 것이 아니고 평범한 거였다.
가족들, 부모님, 친구와 지인들 등 내 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면 잘 해주어야지 하고 다짐을 해본다.

멍한 순간이다.
도우미 배낭과 내 손목에 매어 있던 1m 생명 줄이 갑자기 당겨진다. ‘헉.!’ 쓰러진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딱 5분만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엉덩이가 너무 뜨겁다. 나도 모르게 용수철처럼 몸이 하늘로 튀어 오른다.

순간 군대에 간 두 아들 녀석 생각이 혼미한 뇌리를 스친다.

“아빠! 아빠! 힘내!’ 하는 소리가 고막을 강하게 때린다.”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배낭을 벋고 귀중한 생명수를 꺼내어 몸 여기 저기 부어 적신다.

“아! 뜨겁다.” 몇 초 지나야 뜨거움이 시원함으로 바뀐다.

커피를 그냥 넣어서 흔들면 바로 마실 수 있고, 컵라면을 그냥 넣어 먹을 수 있는 온도로 물이 태양에 데워져 있었다.

최대한 줄이고 줄인 식량과 간식 그리고 필수생활용품이 들어있는 배낭의 무게는 자그마치 12 킬로그램이다. 어깨는 이미 피멍이 들어 쓰리다.

신발 속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한증막이다. 발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종아리도 뜨거운 모래에서 쏘아대는 불화살과 작열하는 불 폭포에 노출되어 엉망이다.

꼭 어릴 때 할머니가 챙겨 주던 광주리의 홍시 감처럼 변했다.
물렁거리는 순서대로 터지고 있었다...

구멍 난 자전거 튜브처럼 여기저기 실로 꿰매고 밴드로 땜질한 발과 종아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까지 되면서 가는 의미가 무엇일까?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가 떠올려 지기도 한다.

새벽이 두렵다.
오늘도 얼마의 고문을 나 자신에게 시켜야 될지? 오늘은 타클라마칸의 태양이 얼마나 나를 말릴지? 오늘 밤은 지축을 뒤흔드는 강풍이 얼마나 쪽잠을 설치게 할지?

아무튼 이것은 나의 영향력의 원 밖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극한상황이다. 더듬거리며 밥을 입에 억지로 밀어 넣고, 눈치 봐 가며 생리현상 해결하고, 구간구간 필요한 간식을 점검하고, 장비와 복장점검하기도 왜 그리 바쁜지?...

나는 삶에서 누구를 광명의 세계로 인도 하였는가? 누가 바른 길로 가도록 고무시켰는가? 나로 인하여 올바른 삶을 살도록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본다.

오늘도 최소한 2.000칼로리 이상의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위에 지친 탓인지 입맛이 없다.

많은 갈등과 아픔과 희열 속에서 피오줌이 나왔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고 위로해 본다.

밤하늘은 별이 쏟아질 것 같이 선명하다.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살인적 모기떼의 극성에 짜증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제 몇 시간 후면 끝난다는 정신은 육체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완주 매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돈다.

사랑하는 가족이 응원해준 가운데 역경을 이겨준 자신에게도 감사를 한다. 고통을 인내하며 묵묵히 안내도우미 역할을 해준 김철홍씨께도 감사를 드린다. 이제 삶의 의미를 다시 새기자.

죽음의 문턱이 삶과 바로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푸른 들과 산을 가진 조국에게 감사한다.

다시 새로운 삶, 더 정직한 삶, 더 친절한 삶, 더 성실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가족들과 더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살신성인 정신으로 배려와 나눔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사막의 영웅 이무웅님, 아마존의 불사조 대한항공 기장 이영호님, 사막의 슈바이처 서울백병원 소아과장 최명재님, 사막의 조련사 강북구청 계장 김경수님, 사막의 아들 유지성님, 3종 철인 김철홍님, 사하라 영웅 엘지그릅 팀장 공호성님, 인간 콩코드 정석원님, 사막의 미디어맨 이영진님, 우리의 자랑 이명선님, 인간 로봇트 김재우님, 사막의 철녀 정수진님과 김송선님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달리는 희망제조기 송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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