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과 정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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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과 정치 유머
  • 이동우
  • 승인 2014.03.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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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Winston L. S. Churchill)은 영국의 수상(총리)을 지낸 대 정치가이다. ‘처칠’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가(담배), 제2차 세계대전, 노벨상, 어린 시절 낙제생, 못생긴 얼굴, 유명한 어록, 유머와 재치 등일 것이다.

실제로 그는 늘 시가를 물고 살았다. 그는 90세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는데, 호사가(好事家)들은 시가를 계속 물고 있었는데도 90세까지 살았다는 사실이 특이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었는데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90세까지 밖에 못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 측의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고 1953년 ‘2차 대전 회고록’을 집필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가끔 퀴즈프로그램에서 처칠이 수상한 노벨상이 평화상이라고 출제하여 출연자들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또 처칠은 알려진 데로 어린 시절 낙제생이었고 지각대장이었으며 사관학교도 3수 끝에 겨우 입학했다.

필자는 오늘 처칠의 유머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살벌한 정치판에서 처칠만의 특유한 유머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된 지금도 가끔 회자(膾炙)된다.

그는 달변가이지만 영국에서는 잘생긴 얼굴이 아닌 모양이다. 영국 의원들이 그가 못생겼다고 놀리자, 처칠은 재치 있게 ‘막 태어난 아기들 전부 나처럼 생겼거든요.’라고 했다. 또 총리가 되어서도 그는 늘 의회에 지각을 했다. 의원들이 항의하자 그는 여유 있는 유머로 받아 넘긴다. ‘여러분들도 나처럼 예쁜 아내를 데리고 산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처칠의 유머 하나, 처칠이 말년에 한 젊은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면서 말했다. ‘수상님! 내년에도 건강하게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처칠의 대답, ‘여보게 우리가 내년에도 못 만날 이유가 뭐가 있는가. 자네는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내년까지는 충분히 살 것 같아. 너무 걱정하지 말게.’

처칠의 유머 둘, 어느 날 처칠이 연설하러 가려고 택시를 탔다. 그때 택시 기사가 하는 말. ‘죄송합니다. 손님, 다른 차를 이용해 주세요. 처칠이 연설하는 걸 들으러 가야 하거든요.’ 그러자 처칠은 기분이 좋아서 기사에게 팁으로 먼저 1파운드를 주었다. 그러자 기사가 말했다. ‘그냥 타세요. 처칠이고 나발이고 돈부터 벌어야지요.’ 
 처칠의 유머 셋, 그가 수상 시절 의회에서 어느 여성 의원과 심한 논쟁을 벌였다. 흥분한 여성 의원이 차를 마시는 처칠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남편이었다면 틀림없이 그 찻잔에 독약을 넣었을 것입니다.’ 처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만약 내 아내였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 차를 마셨을 것이오.’
처칠의 유머 보너스, 80이 넘은 처칠이 어느 모임에 참석했을 때, 그의 바지 지퍼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 한 여인이 말했다. ‘바지 지퍼가 열렸네요.’ 처칠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걱정 마세요. 부인, 죽은 새는 절대로 새장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까요.’처칠이 남긴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만일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 시켜 싸우기만 한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말 나쁜 제도이다. 그런데 인류가 더 좋은 제도를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요즘, 살벌한 정치판을 30년 동안 걸어온 필자로서는 대 선배 처칠의 스케일이 부럽다.
 

/이동우 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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