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타는 근혜 대통령과 변증(辨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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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근혜 대통령과 변증(辨證)
  • 조병현
  • 승인 2013.10.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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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 광한루의 춘향이, 아니면 어린 시절 학교나 놀이터가 생각날까? 필자는 헤겔의 변증이 생각난다. 그네는 원래 한 곳에 멈추어 있지 않아야 본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게 그네의 매력이다. 움직임의 매력, 다시 말하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매력을 일찍이 말한 이가 있으니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네 얘기 하면서 무슨 고대철학자까지 들먹이느냐고 하겠지만 그만큼 움직임의 매력을 말하고자하는 필자의 의지다. 어쨌든지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물의 본질을 움직임으로 설파한 것이다. 그렇다 제자리에 멈춰 있는 그네는 매력이 없다.

■움직이는 그네1 - 책임장관제
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예산과 인사,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해 책임장관제를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취임 후 첫 내각이 구성됐으나 얼마 되지 않아 최근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복지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을 내비친 채 물러났다. 진장관의 소신은 근혜 대통령과 달랐고 그는 결국 사퇴의 길을 택했다. 

지난 4월엔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 11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고,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대화 제의라기보다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김행 청와대 대변인 역시 “대화 제의라기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스움은 그 후에 일어났다. 근혜 대통령이 국회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가진 자리에서 ‘통일부 장관 성명 발표’와 관련, 이는 대화제의라는 뜻을 밝혔다. 장관과 대변인은 대화제의가 아니라고 하고 대통령은 대화제의라고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같은 날 일어난 일이니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주무부서의 정책이나 의견이 청와대에 의해서 부인되거나 다르게 전개된다면 책임장관제는 저 멀리 가고, 장관들은 청와대와 대통령의 의중과 눈치를 살펴야 할 것이다. 또 앞으로 어느 장관이 진영 장관처럼 소신을 굽히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하고.

■움직이는 그네2 - 노인기초연금
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노인기초연금을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국민들에게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상당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필자는 추측한다. 그리고 취임 후 1년도 체 안됐는데, 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재원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원래 안은 대폭 수정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재원부족은 공약을 내세울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금 재원이 부족하단다. 그 때는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지금에 와서 재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었을까? 과연 그 당시엔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일까? 국민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그네와 변증(辨證)
헤겔의 논리전개방식은 정반합으로 설명된다(원래 헤겔이 주장한 게 아니라 그의 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봄). 기존의 주장 ‘정(正)’이 있다면 이에 정(正)의 모순을 털어낸  주장 ‘반(反)’이 일어나게 되고 다시 반에서 모순을 털어내 이 둘의 주장이 결국 합쳐져 진리에 가까운 주장 ‘합(合)’이 된다는 것으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노인기초연금을 처음엔 20만원씩 주겠다, 책임장관제 하겠다(正). 노인기초연금 20만원씩은 재원이 없으니 안 된다, 대통령은 장관과 반대로 말했다(反). 그네는 앞으로 한참을 갔다가 이제는 다시 뒤로 한참을 왔다. 이쯤에서 필자는 근혜 대통령이 보여줄 합(合)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선거는 이미 끝났고 결과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하릴없는 국민들은 놀이터에 나와 그네만 밀고 있다. 국민들의 생각도 정부도 여당도 대한민국의 장래도 그네를 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네는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소리를 낸다. 그네 근혜 그네 근혜 그네 근혜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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