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산재 피해자 고통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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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산재 피해자 고통 아는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3.10.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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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승소포상금과 같은 제도가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국민들과의 소송에서 이기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지난 10월 18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백혈병 관련 산재를 인정하지 않아 유족들이 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유족들이 이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러나 행정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았다고 소송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1년 서울행정법원의 첫 번째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항소하였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2심에서 유족들이 승소하여도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하면 대법원까지 사건이 넘어가게 된다. 삼성백혈병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과 몇 년씩 법정다툼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삼성백혈병 외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피해자 및 유족들과 벌이는 소송이 매년 수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의하면 2012년에는 2,736개의 소송 사건의 결과가 확정되었으며 이 중 공단이 패소한 사건은 266건으로 패소율은 9.7%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소송수행은 지역본부의 송무부에서 전담하는데 2012년에는 114명의 소송 수행 인력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의 소송사무처리규정은 39조(승소포상금 등)에서 공단 직원이 행정소송 및 민사소송을 직접 수행해 승소한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심급별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은 2012년 2,336건에 대해 총 5,371만원을 포상금으로 집행하였다.
포상금을 지급할 때 산재사건의 당사자들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산재피해자 및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결과에 대해 소송을 벌이는 것은 시간이 남거나 재미삼아서 해보는 것이 아니다.
삼성백혈병 사건처럼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산재가 법원에서 인정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12년 근로복지공단이 패소한 266건은 그만큼 산재피해자들이 추가로 산재승인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고, 산재보험 및 산재의료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근로복지공단이 해야 할 일은 재판에서 승소해서 패소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산재인정 절차를 더욱 공정하고 엄밀하게 하여 피해자들이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시작하는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승소포상금 제도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승소포상금은 안타깝게 산재를 당한 피해자들을 두 번 울게 만드는 제도이다. 공단은 본연의 사명에 따라 억울하게 산재인정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부터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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