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직무이행명령취소청구소제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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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직무이행명령취소청구소제기 [전문]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1.06.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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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전제 : 지방자치법 제169, 170조 해석의 원칙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상 재량판단의 영역에서는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하급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 처리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69조와 170조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헌법합치적으로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합니다. 특히 이들 조항이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지도·지원이란 한도 내에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통제 관여범위에 관한 규정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통제의 범위에 관하여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치권의 확보를 위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마땅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자치사무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건에서는 교육감)이 내린 판단에 대해 중앙정부의 주무부장관이 임의로 위법성을 판단하여 시정명령이나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 제117조의 취지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장의 권한을 엄격히 구분하고 예외적으로만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의 입법목적에 정면으로 반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시정명령 제도가 1988. 4. 6. 법 개정시부터 도입되어 그대로 존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법원을 통해 문제가 되고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 것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 인사에서 명백히 위법한 처분이 있은 것에 대하여 시정명령권을 인정한 단 2건(대법원 1998. 7. 10. 선고 97추67 판결, 2007. 3. 22. 선고 2005추62 판결)에 불과하며, 이 2건 역시 제3자에 의한 행정심판 내지 행정소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제한·엄격 해석의 당위성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나. 교원(교육)평가 사무의 성격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관한 사무가 ‘기관위임사무’인지, 본래부터 교육감의 업무로 정해진 ‘자치사무’인지를 먼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원능력개발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교육 여건과 내용 향상을 위해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일로 교육감 본연의 업무입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0조(관장사무) 제16호도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을 교육감의 관장 사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7조는 “교육감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교육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용·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교원능력개발 평가 업무는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취소는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한정되고, 나아가 직무이행명령은 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 시정명령·취소 처분의 위법·부당성

1) 시정·취소의 대상 : ‘처분 및 명령’이 없음

지방자치단체 장 사무에 중앙정부(주무부장관)가 관여할 수 있는 예외를 정한 지방자치법 제167조 제1항 전단의 시정명령은,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같은 조 후단의 직권 취소 역시 ‘명령이나 처분’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교과부가 명령과 취소의 대상으로 삼은 전북교육청의「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계획(2011. 5.)」(이하 ‘이 사건 추진계획’이라고 약칭합니다)은, 교원 인사권자인 전북교육청이 교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계획일 뿐 ‘명령이나 처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를 ‘취소’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법에서 주어진 교과부의 권한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2) 「교원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의 효력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의 추진계획이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이하 ‘연수규정’으로 약칭합니다) 제18, 19, 23조를 위반하였다고 하면서 취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수규정’ 중 제4장 교원능력개발평가에 관한 부분은 ①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관련 내용을 초중등교육법에 넣으려던 피고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여, 법 개정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교원들에게 특정 방식의 평가를 강제하여 그 권리를 제한하고, ② 나아가 소속 교원들에 대한 교육감의 인사권을 위법·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 따라서 교원평가 추진계획이 ‘연수규정’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이를 “법령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사 교원평가 업무를 기관위임사무로 본다고 하더라도,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의 교원평가 추진계획이 어떻게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는 것인지에 관하여 최소한의 주장·입증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의 시정명령 요건에 맞지 않습니다.

3) ‘연수규정’ 위반 여부

견해를 달리하여 ‘연수규정’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북교육청의 교원평가 추진계획이 ‘연수규정’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① ‘연수규정’ 제18조는 교원능력평가의 주체에 대해 원고와 피고를 동등하게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교원 상호간의 평가 및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등의 방법”이라고 하여 그 방법을 한정하지 않고 예시하고 있으며, ② 제19조는 평가의 원칙에 대해 “평가에 관한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제4호)”이라고 하여 전북교육청의 교원평가 추진계획이 평가방법을 “평가방법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한 것과 오히려 일치하고, ③ 제21조는 평가 결과와 관련하여 피고 뿐 아니라 “… 교육감 및 학교의 장”에게 “직무연수 대상자의 선정, 각종 연수프로그램의 개발 및 제공, 연수비의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여 전북교육청이 그 활용 방법을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④ 제23조가 세부평가방법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라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시방법 및 기준을 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전북교육청에게 있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과부가 ‘연수규정’에 위반된다고 한 전북교육청의 교원평가추진계획의 내용을 보더라도 ⑤ 자율서술식 평가방식이나 절대평가 방식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였을 뿐 절대평가 방식을 무조건 배척한 것도 아니고, ⑥ 교장·교감에 대한 평가실시를 교원상호간 신뢰도 확보에 연동하였다고 하여 이를 평가대상에서 배제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⑦ 평가참여자에 교장, 교감, 수석교사 또는 부장교사를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연수규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⑧ 결과활용 부분도 자기능력개발계획에 따른 맞춤형 자율연수 등을 시행한다는 것이지 “연수를 실시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실시한다”고 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어느 부분이 어떻게 ‘연수규정’에 위반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북교육청 시행계획에 따르면 평가의 주체를 동료교원 3인 이상으로 하고 있고, 이 “3인 이상” 속에 교장, 교감, 수석교사, 부장교사를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는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음. 즉, “동료교원 3인”이라는 문구가 교장, 교감, 수석교사, 부장교사를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음.

이 사건 직무이행명령의 위법성

4) 시정명령 불이행이 직무이행명령의 사유인지

이 사건 직무이행명령(2011. 6. 17.)에서 교과부는 “…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계획을 새롭게 수립하여 2011. 6. 15. 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 이에「지방자치법」제170조에 의거하여 …직무이행명령을 하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공문 문언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에게 지방자치법 제169조의 ‘시정명령’을 하였으나 이를 불이행하였기 때문에 제170조의 직무이행명령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직무이행명령의 의미와 요건을 크게 오해한 것입니다.

지방자치법은 제169조에서 작위(명령 또는 처분)에 대해서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때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게 하고, 제170조에서는 이와는 달리 부작위(관리와 집행 해태)의 경우 직무이행명령을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대집행이나 행·재정상 조치(제2항)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으로, 제169조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의 효과로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5) 기관위임사무 관리·집행의 명백한 해태가 없음

지방자치법 제170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기관위임사무에 대하여 “관리와 집행을 명백히 게을리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1994. 3. 16.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때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와 마찰을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행정의 통일성과 적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 제도를 만들었지만, 이 권한을 넓게 인정할 경우에는 자칫 지방자치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무의 관리와 집행을 명백히 게을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직무이행명령이 가능하도록 그 발동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단순히 위임사무의 관리 집행을 해태하고 있다고 하여 곧장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그 관리 집행의 해태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 한하여 이를 발동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전북교육청에게는 그러한 ‘관리집행의 명백한 해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과부의 시행지침이나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하였고, 법률의 근거가 없고 위헌·위법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교과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제출하고 또 수정하였으며,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전라북도의 교육여건과 현실에 맞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실시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북교육청에 대하여 ‘관리집행의 명백한 해태’가 있다고 하면서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2. 결론 위에서 본 것처럼 교과부는 편법으로 ‘연수규정’에 하나의 장을 개정하는 형식으로 도입하여 강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아직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률이 개정되지 않은 사안이고, 위 ‘연수규정’은 법률의 위임 없이 국민의 기본권과 교육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교육청은 최대한 교과부의 권한을 존중하여 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계획을 만들고 제출하였으며 시정명령 내용을 좇아 이를 수정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북교육청이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에서 각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주체 사이의 신뢰를 반영하려 한 것이 ‘법령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시정명령과 취소를 하더니, 급기야 그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면서 직무이행명령까지 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정명령·취소·직무이행명령은 모두 그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므로, 전북교육청교원평가계획 취소 처분과 직무이행명령을 모두 취소해 달라는 소를 대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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