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 쏟아진 '돈밭',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상태바
110억원 쏟아진 '돈밭', 그곳에서 무슨 일이?
  • 투데이안
  • 승인 2011.04.19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 땅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던 신사임당(5만원권) 22만여 장이 찬란한 햇빛을 보게 됐다. 이 밭은 누구도 알지 못했던 돈밭(?)이었다.

최근 경찰이 거액의 불법도박자금 은닉 사건을 수사하면서 발견한 그 자금이 무려 110억원에 달하고 있다.

김제경찰서는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을 주택가 인근 밭에서 1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총 110억8700만원을 압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일 이 밭주인 이모(53)씨를 불법도박자금 은닉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에 들어갔다.

또한 경찰은 이날 오후 7시부터 3시간30분가량 은닉 장소에서 포클레인 2대와 경력을 동원해 수색을 벌여, 이날만 총 86억6000만원이 밭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일체를 압수했다. 현장에서는 3억원부터 5억원에 이르는 돈 뭉치가 24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김치통과 페인트통 등에 담긴 채 밭 곳곳에서 쏟아졌다.

문대봉 김제서 수사과장은 “이씨가 27억원을 묻었다고 했지만, 추가로 은닉했을 것으로 추정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수사를 벌인 결과 총 1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를 대상으로 불법도박 수익금의 은닉 배경과 출처, 과정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씨로부터 지난해 6월 처남 이모(43)씨 등이 도박개장 등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기에 앞서 인터넷 불법도박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 110억원 가량을 숨겨뒀다는 것을 시인 받았다. 이씨는 현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110억 신사임당 수익은 어떻게

김제에서 불법 도박자금 110억원이 발견된 가운데 당시 인터넷 도박 판돈이 1500억원 규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1500억원 중 170억원 가량이 도박자금 수익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도박 수익금을 은닉한 이씨 처남 이모(48·도피)씨와 또 다른 이모(44·교도소수감)씨가 인터넷 도박장을 함께 운영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께까지 홍콩에 서버를 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판돈 규모가 1500억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속칭 ‘딜러비’ 명목으로 170억원대 돈을 받았고, 그 일부인 110억여 원을 매형인 이씨에게 2009년 4월께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전달자를 통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 밭 300㎡를 구입, 이 자금을 수차례 걸쳐 땅속에 묻었다.

경찰은 이씨에게 전달된 110억원 가량이 불법도박자금의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남은 60억원에 대해서도 출처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추가 확인할 사안이 많이 있다”며 “자금 출처 등에 대해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도박자금 110억…신사임당이 몇 장?

110억원대 불법도박 수익금이 깜깜한 땅 속에 묻혀있다 빛을 보게 되면서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자금은 5만원권 지폐로 무려 22만여 장에 이른다. 110억원대 불법도박 수익금 은닉 사건을 수사 중인 전북 김제경찰서는 “은닉자금 대부분은 5만원권이지만 일부 1만원권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처럼 거액의 도박자금이 은닉된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발견된 돈 뭉치는 대부분 5만원권 100장을 묶은 돈다발로 냉장고용 김치통 등에 크기에 따라 60개~100개까지 담겨 있었다. 발견된 현금 110억원 대부분은 5만원권으로 총 22만1145장이 300㎡의 밭 이곳저곳에 파묻혀있었던 셈이어서 이 밭은 ‘돈밭’이나 다름없었다.

또 5만원권 100장(500만원)을 1묶음으로 환산할 경우, 총 2000다발이 땅속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110억원의 자금이 밭에서 고요한 잠을 자고 있었던 이유는 범죄수익금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53)씨의 부지런함(?) 덕이었다.

이씨는 처남 이씨로부터 건네받은 110억원 가량을 숨기기 위해 아침과 저녁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밭을 일구는 척하며 돈이 담긴 김치통 등을 파묻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씨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향후 경찰 수사방향은

경찰이 불법도박 수익금 110억원을 확보한 가운데 앞으로 남은 수사방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거액의 불법자금을 확보한 경찰은 먼저 도박자금으로 조성된 수익금이 17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발견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은 현재 110억원이 이번 도박 수익금의 대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도박개장 등 혐의로 도피 중인 이씨 등이 벌어들인 수익금이 1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경찰은 22만여 장에 달하는 5만원권 지폐 조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10억원 규모의 도박 수익금의 경우 대부분이 5만원권으로 조성되면서, 경찰은 이 자금이 조직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보고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이 밖에도 도피한 도박총책 이씨 검거는 당시 사건을 맡았던 충남경찰청과 공조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5만원권 탈세탈법 현실로

이번 사건으로 5만원권 발행 당시 제기됐던 ‘고액권 탈세· 탈법 악용’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경찰이 불법도박 수익금 은닉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110억원 대부분이 5만원권 지폐로 이뤄지는 등 탈법행위에 이용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5만원권에 대한 명확한 출처와 인출 장소 등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씨가 수차례에 걸쳐 도박총책에게 현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5만원 고액권이어서 가능했다.

특히 5만원권 발행 이후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범죄수단에 악용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