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자세 낮춘 與…"어제 일은 우발적"
상태바
하루 만에 자세 낮춘 與…"어제 일은 우발적"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1.01.12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운지 불과 하루만인 11일, 당·청 관계 회복을 위한 '자세 낮추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 후보자의 사퇴를 결정, 청와대에 통보하자 청와대는 "당이 얼마든지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절차와 방식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사퇴 촉구 하루만인 이날 자세를 급격히 낮췄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신년 방송연설문'에 포함돼 있던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을 삭제, 수정 배포했다.

기존 연설문에 있던 "(국정운영에 있어서) 불가피할 경우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나가겠습니다"라는 부분이 수정안에서는 전부 삭제됐다.

또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상적으로 매년 행해지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없애고 기자회견이 아닌 단순 연설로 대체했다. 정 후보자의 사퇴 촉구와 관련한 소나기 질문공세를 피하면서 청와대와의 선긋기에 나섰다는 이미지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형환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은 게 아닌가"라며 "어제 일(사퇴 촉구)은 우발적인 부분"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질의응답을 피해 황급히 빠져나가는 안 대표도 청와대 인사책임자의 문책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문책할 일이 아니다"라며 몸을 낮췄다.

해외 출장 중 긴급히 귀국한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도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의 사퇴 촉구와 관련, "(사퇴 촉구) 결정이 돼 가고 있다고 통보를 받았고 나한테 (부적격 판정) 동의를 얻은 적은 없다"며 최고위의 사퇴 촉구 결정에 자신의 동의는 배제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 후보자에 대해 "좋은 사람인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어떻게 감사원장으로 가느냐고 하는데 과거 전윤철 비서실장이 (노무현 정부) 감사원장으로 갈 때 민주당은 왜 가만히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모든 매체의 타이틀이 당·청 갈등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당이 청와대에 질질 끌려간다고 우리 스스로 말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어떻게 당정을 떼놓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춰지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여당의 이러한 '자세낮추기'가 당청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