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박대통령은 3명의 피고인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대통령은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서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 및 특검조사를 받는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박대통령은, 그러나 유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만든 환상의 집”이라며 검찰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2차 사과에서 밝힌 ‘성실한 검찰조사’가 거짓말이 된 셈이다. 다만, 유변호인은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 중립적인 특검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쯤되고 보니 절로 떠오르는게 있다. 1987년 6.10민중항쟁으로 어렵게 쟁취한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를 뽑은 일이다. 또 그로부터 25년 동안 이룬 민주화가 얼마인데 그것이 무참하게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참 이상한 나라가 그것이다.
그때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1577만 3128명은 무엇에 단단히 씌었거나 홀렸던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길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이라 할 수 없는 온갖 악행과 추문들이 화수분처럼 솟구치는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뽑을 수 있었겠는가.
가령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성명서에 이름 한 줄 올린 사례까지 샅샅이 훑어 거부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국립대 총장 임명 거부가 그것이다. 세월호를 비롯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등 이런저런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에 대한 훈.포장수여 배제 따위도 있다. ‘그러려고 대통령 했나’ 의구심이 절로 솟구친다.
세상에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는 일은 또 있다. 피고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대회 2등 성적을 둘러싼 대통령 대응이 그것이다. 문체부 조사에서 최씨와 승마협회쪽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서를 올린 국.과장 등을 “나쁜 사람”이니 “아직도 그 사람이 있어요”라며 애먼 공무원을 몰아낸 그 사건 말이다.
박대통령은 정유라 친구 부모 기업까지 손수 챙겨주느라 사기업인 현대자동차에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최씨는 현대자동차에 10억 6,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한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00만 원짜리 명품백 등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 공소장 내용중 일부이다.
과연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다시 떠나질 않는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D코퍼레이션은 알려진게 거의 없는 회사로 전해졌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가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대기업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업체를 잘 봐달라고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박대통령은 3차 담화문에서 여전히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강변한다. 사익은, 그러나 검은 돈 챙기기의 재물 취득만을 뜻하는게 아니다. 위에 든 내용에서 보듯 측근이 원하는 어떤 것을 위해 대통령이 움직이고 마침내 그걸 얻게 했다면 그것도 사익 추구라 할 수 있다. 진짜 국민을 사표내고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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