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폐해, 이젠 공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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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폐해, 이젠 공론화가 필요하다
  • 김용욱
  • 승인 2014.03.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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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우리는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많은 결심을 한다. 큰 집으로 이사가기, 자격증 하나 따기, 책 열권 읽기 등 나름대로의 꿈을 외친다. 이중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치고 금연을 한번쯤은 결심했으리라. 하지만 작심삼일이기 일쑤다.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은 쉽게 금연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담배 끊는 사람은 사위도 삼지 말라 했던가?
최근 美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제3의 흡연(third-hand smoke)"으로 인한 노출이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고 발표하였다. 니코틴 중독자가 피운 담배연기 속의 독성물질이 벽이나 먼지에 묻어 간접흡연만큼의 영향을 일으킨다는 원리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묵은 호텔방, 휴게공간이 제3의 흡연에 노출되기 쉬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젠 간접흡연도 모자라 제3의 흡연까지 경고하고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문제 1위로 흡연을 지목하는 이유가 새삼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서 청소년 100명 중 남학생은 15명꼴, 여학생은 5명꼴로 담배를 피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이들은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쉽게 담배를 구입한다고 답하였다. 최근 남성의 흡연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여성과 특히 미래의 동량인 우리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증가하고 있다니 큰 우려를 낳을 만하다. 이젠 담배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담배에 지나치게 관대하였다. 기호식품으로 흡연권은 존중된 반면 담배의 해독성은 한참 감춰졌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피우던 담배한대, 10분 휴식 후의 군대담배는 이야깃거리로 곧잘 오르내리곤 했다. 버스 뒤편에서 콜록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너그러이 봐주는 시절도 있었다. 이젠  흡연자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으나 OECD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여전히 최고라는 사실이 사뭇 씁쓸하기만 하다.
2014년 들어 담배가 화제다. 정부는 당구장과 골프장까지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담배성분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외국처럼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도 넣을 포석이란다. 바다건너 미국최대의 의약편의점체인인 CVS는 더 이상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건강보호와 진료비지출을 줄이려는 획기적인 결단이라며 힘을 보탰다.
또 하나 폭발적인 소식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로 인한 진료비가 연간 1조 7000억 정도 발생한다는 것을(빅데이터 이용) 밝혀내고 국민건강을 책임진 보험자로서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담배폐해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간 진료비는 담배회사들이 물어내야 한다는 논리이다. WHO도 공단에 아낌없는 지원을 표명하였다 하니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많은 관심이 간다.
국민의 건강권은 헌법상 보호받게 되어있다. 이를 침해하는 기업에게는 책임을 묻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담배의 폐해와 결함문제도 한번 짚어보는 것이 성숙한 사회라고 본다. 최종 판단은 사법부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거대 담배자본에 맞서 담배의 해악과 금연필요성을 일깨우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김용욱 전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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