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22대 총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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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22대 총선 결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4.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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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더불어민주당 175석을 비롯 범야권 192석, 집권 여당 108석이란 22대 총선 결과가 나왔다. 만나지 않아도 될 어통령(어쩌다 대통령) 시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기에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2년에 대한 ‘응징’이 분명하기에 응당 반갑고 환영할 선거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전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란 제목의 책을 펴낸 나로서는 아쉬운 총선 결과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는 어통령 시대에 벌어진 미치고 팔짝 뛸 일들을 생생히 고발한 책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내세워 승리한 ‘정권 심판’의 또 다른 분출(噴出)이 드러난 책이라 할까.

야권 압승에도 22대 총선 결과가 아쉬운 것은 그 의석이 개헌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조차 뒤집을 수 있는 200석에 미치지 못해서다. 범야권 200석이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범야권 단독으로 개헌과 대통령 탄핵소추도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을 다 기다릴 필요없이 조기에 정권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절대의석이 200석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대로 됐으면 200석도 가능했는데, 개표 결과 8석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아쉬움을 갖는 건 ‘정권 심판’ 책까지 펴낸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가령 한겨레(2024.4.12.)가 ‘야당 투표자 70여 명에게 들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너무 공감 가는 내용이 빼곡하다.
“마지막에 몇 가지 실점만 없었으면 충분히 200석은 달성할 수 있었다. 윤석열 정권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광주 거주 자영업자·53)이란 반응이 그렇다. 경남 진주에 사는 권아무개(61)씨도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어야 했다. 민주당은 180석을 갖고도 너무나 무기력하지 않았나. 이재명과 조국이 손잡고 윤석열 정권의 남은 임기 동안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또 있다. 예컨대 “정권 심판에 한 표를 행사한 다수 국민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 답답함과 찜찜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충분히 드러난 윤석열 정권의 국정 무능과 난맥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리셋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간발의 차로 놓쳤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한겨레, 2024.4.13.)이란 기사도 볼 수 있다.
반면 “시민으로서 한 정당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은 부담스럽다. 개헌을 포함해서 한 특정 세력이 반대 정당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으면 위험하지 않겠나” 같은 의견도 있지만, 총선 이전 받았던 옐로카드를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 윤 대통령임을 지난 2년 동안 피로도가 쌓일 정도로 봐왔지 않던가?
경기도에 살며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후반 여성 역시 “현 정부에 경종을 울리는 수준에서 절묘한 결과가 나왔다. 200석 이상을 야권이 가져가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거나 못들은 척하면 레드카드가 다음 수순(手順)임을 따끔하게 보여주는 게 맞아서다.
집권 여당이 참패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당장 “본인이 직접 변화 의지를 국민에게 설명한 것도 아니고 대리 발표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의문”(한겨레, 2024.4.13.)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실정에 대한 한 마디 사과도 담기지 않은 달랑 한 줄짜리 입장문”이다. 진심을 다한 소리인지, 또 말로만 그런 것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에도 “국민은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후 그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192석을 차지한 야권 압승이라지만, 21대 국회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게 22대 총선 결과가 아쉬운 이유다. 범야권은 지금처럼 국회 입법권 장악과 함께 각종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권한을 계속 갖지만, 이미 봐왔듯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야권 192석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하고 법안을 확정할 수 있는 재의결 의석(200석)에는 못미치기 때문이다. 요컨대 ‘김건희 특검법’·‘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이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사례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게 다시 되풀이된다면 192석은 ‘절묘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혼란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권 압승이라지만,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많은 국민이 지난 2년간 지겹도록 겪었던 어통령 시절에 다시 숨막혀 할 수도 있다. 많은 국민이 미치고 팔짝 뛸 일에 분통을 터뜨리며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여러 번 옐로카드를 받고도 변한 게 없었으니 이번엔 레드카드가 나왔어야 했다. 또 한 번의 옐로카드로 끝난 셈이어서 아쉬운 22대 총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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