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자는데 내 배고픔을 걱정하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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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자는데 내 배고픔을 걱정하는 세태
  • 조병현
  • 승인 2013.11.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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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을 축약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잘 아는 바와 같이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중에서 어느 것도 임의로 조절 할 수 없겠으나 그나마 ‘노’와 ‘병’은 사람의 노력으로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늙고 병듦은 피할 수가 없는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람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실제로 많은 결과물들이 있으니 노화를 늦추기 위한 운동요법, 화장품, 건강기능식품들이 연구되거나 개발됐으며 일부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질병과 대항해서도 수많은 예방?치료약과 더불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치료법을 찾아내서 생명연장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수리공과 의사

 혹시나 몸이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종교의 힘에 의지할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당연히 약사와 의사이다. 그래서 주위에 많은 약국과 병원은 병에 대한 두려움에 위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크든 작든 질병이나 상처가 생기면 약국이든 병원이든 즉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건강문제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가 필수 불가결한 것이고,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냉장고, 밥솥, 세탁기, 컴퓨터, 자동차 등 사람과 밀접한 전기전자?기계제품들을 주에 포함시킨다면 주의 범위는 무한히 넓어진다. 그런데 건강이든 전자제품이든 움직이는 것은 병들거나 고장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정상적으로 고치는 기술과 사람이다. 병을 고치는 사람을 의사라 하고 제품을 고치는 사람을 수리공(기술자)이라고 한다.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병을 고치고 사람을 의사라 하고, 고장 난 제품을 고치는 사람을 기술자라고 한다. 이 둘 다 온전하지 않은 것을 고쳐 온전하게 만든 다는 것은 같은 점이겠으나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즉, 생명의 존엄성을 가지고 이를 치료하면 의사이고 생명이 아닌 단순히 고장 난 것을 고친다면 이들을 기술자이다. 그럼 생명을 다루면 다 의사인가? 아니다. 동물의 생명을 다루면 그들을 수의사라고 부른다. 오직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자에게만 의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모든 의사는 사람에 대한 생명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을까?

 ■의료법개정안을 둘러싼 관련 단체의 속생각 들여다보기
 정부가 최근 원격진료에 관한 입법예고를 했고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2015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 법안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대립하고 있다. 입법 취지는 도서벽지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의료기관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고 만성질환자의 상시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오진가능성과 책임소재 규명, 진료에 수반되는 IT기기관련 장비투자가 환자와 병원에 요구되고 있으며, 투자가 되더라도 저소득층이나 IT기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층에게는 원격 진료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고, 대면의료체계붕괴로 겪을 혼란을 예견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시행 한 바, 우려했던 것처럼 한 병원에서 5명의 의사가 이틀 만에 무려 13만 명을 진료했으며 이들 중 7만 8천명에게 처방전을 줬다고 하니 걱정할 만도 하다.
 그런데 개정안을 시행하려는 정부도 과연 환자들의 편익만일까? 의료법개정안의 시행과 관련해서 IT기업과 보험사와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들과 일부 정치인들이나 정부관계자들과 정말 커넥션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점이 투명하게 전제 되어야 한다.
 또 대한의사협회의 걱정하는 바가 단지 이것뿐일까?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그들의 속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개정안을 시행하게 되면 결국 대형병원으로의 원격진료 쏠림현상으로 지방의 병의원들 중심으로 경영난 악화로 문 닫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즉, 의사들이 배고플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커피 한잔 값에 불과한 진료비를 지불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의료를 멈춰서라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신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료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대한의사협회는 오히려 어떻게 힘을 합쳐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펼치고 사람을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순간에 생명존중은 없고 온갖 핑계를 댄다. 의사가 기술자로 전락하는 기가 막히는 순간이다. 오지에 있는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이 혹시 모를 정부의 검은 커넥션이나 생명존중이 없는 의사를 가장한 기술자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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