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속이 다른 우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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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속이 다른 우리사회
  • 이호재 고문
  • 승인 2013.08.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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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은 수세기에 걸쳐 철학자, 혁명가, 이상주의자들의 꿈이자 길을 안내하는 한 줄기 빛이었다. 지난 20세기 경제성장은 유례없는 풍요를 가져 왔고 그래서 복지국가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노래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믿음에 대한 반전이 일어났다. 빈부의 격차는 다시 커지기 시작하였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어 양극화 현상이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 지고 있다. 고용 없는 경제성장이 가능한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풍요로운 사람들의 세계와 죽도록 일을 해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세계로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거리에 나서면 모두가 풍요로워 보인다. 어쩌다 거지를 보면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나 불쾌감을 느낄 뿐이다. 예전에는 입은 옷을 보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다닌다. 버스를 타고 전철 속에서도 불평등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보면 누구나 외식을 하고 비싼 술을 마시며 너나없이 외국여행을 즐기고 있다. 간혹 등장하는 빈곤층들의 이야기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이야기로 느껴진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평등한 사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등의 신화가 멈추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일하면 해결할 수 있는 믿음으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미 300만명이 넘는 실질빈곤층이 사회적 사각지대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신용불량자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빈곤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죽어라고 일을 해도 살 수가 없는 빈곤의 현실을 지적하며, 오늘날의 빈곤문제를 정의하는 핵심 용어는 “배제”라고 하였다. 오늘날 배제는 과거처럼 아사(餓死)의 직면이 아니라, 풍요로운 음식을 옆에 두고 돈이 모자라 가장 싼 음식을 골라야 하는 경제적 배제이며, 죽어라 일해도 최저생계비도 건지지 못하는 이에게 “아등바등 살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고 하는 것은 곧 문화적 배제이다.
 오늘날 배제된 사람들은 옛날과는 달리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지난해만 해도 매일 3명의 국민들이 ‘생계형 자살’을 택하였다. 희망이 거세되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공평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불공평할 때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이것이 보이지 않게 다가 선 불평등의 결과이며 복지라는 탈을 쓴 불평등 사회의 진면목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정 복지사회를 실현하려면, 일자리 창출, 취업훈련과 같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복지의 탈을 쓴 불평등 사회의 이중성을 깨닫고, 사회적 진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미래를 보면서 살아갈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오늘도 기대한다.

/이호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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