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보도자료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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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보도자료 신중 기해야
  • 한종수 기자
  • 승인 2012.06.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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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근거자료, 보도 유예’

이 단어들은 전주시의회 어느 한 의원(L)에게서 드러난 문제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최근 LH의 전주효자5택지 B4블럭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이와 관련, 도의회·시의회·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성명서와 함께 비난이 빗발쳤다.
주요 골자는 대부분 ‘공기업으로서 고분양 가격 즉각 중단과 공사원가 공개’ 촉구였다.
당시 전주시의회도 즉각 성명을 내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 저지투쟁에 돌입했다.
L의원 역시 수일 동안 피켓을 들고 LH 전북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깊이 있는 의정 활동 취지에서다.
여성의원으로서 당찬 투쟁모습에 언론들도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옥에 티’ 랄까, 문제는 얼마 전에 일어났다.
지난 21일, 시의회로부터 한건의 자료를 수신 받았다.
L의원이 요청한 보도문이었다.

‘LH는 전주효자5택지 B4블럭 아파트에서 260억여원을 벌었다’라는 그럴 듯한 제목이었다.
공사원가를 조목조목 계산, 추산한 금액을 공개하며 LH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살펴본 필자는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L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자료로 원가계산서나 각 공정별 산출금액, 단가산출서, 일위대가 등 세부자료는 확보됐는가”를 물었다.
또 “확보한 자료를 보내주시면 자세히 분석해 기사를 싣겠다”고 덧붙였다.
L의원은 “그것까지는 준비 못했지만, 확실하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리고 약 2시간 후, 아니나 다를까 의회로부터 두 번의 긴급 연락이 왔다.
‘금액차이로 보도 유보 요청 합니다’
정말 웃지도 못할 해프닝이다.

여기서 곱씹어볼 대목은 어설픈 자료를 남용(?)하는 조급함이다.
확실치 않은 자료를 토대로 임의로 결정, 밀어붙이는 방식은 당혹감마저 든다.
그만큼 ‘일단 보여주기 식’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어디 L의원뿐 이겠는가.

이에 대해 L의원도 나름대로 해명을 한다.
평수계산에 따른 차익금액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정확성을 기해 명확한 산출자료로 빠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LH 고분양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에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시민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그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서민을 대변하는 열심 그 자체를 무어랄 순 없다.
전문가 등을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높여 나가는 노력도 눈에 띤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높아질 것임도 분명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앞뒤 재지 않고 급하게 처리할 일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언론을 대상으로 한 보도와 관련된 일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신중을 기하지 않은 보도 요청은 언론의 질책만을 자초할 따름이다.

과연 불확실한 자료를 전 언론에 송부부터 하는 것만이 능사였을까.
적어도 좀 더 신중을 기해 명확한 분석을 거쳐 공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L의원과 LH 양측의 불꽃 튀는 2라운드 공방전이 예측되고 있어 주목을 끄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도 뜨겁다.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서민들의 답답함을 시원스레 날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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