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1월 9일 민주노총ㆍ전국민중행동ㆍ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는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 비판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를 본격화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저녁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2차 국민 행동의 날’을 열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수용 요구를 이어갔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보도를 종합해보면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차로와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퇴진’ 외침이 주말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실망감, 그간 억눌린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등 시민들이 저마다 구호에 담은 의미는 다양했다”는 게 기자의 전언이다.
이날 집회에는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과 당원 참여가 집중됐는데, 일반 시민 참여도 적지 않았다. 민심 파악 차원에서 한겨레(2024.11.11.)가 보도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주부 신은숙(68)씨는 “담화를 보니까 꼭 나와야겠다 싶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감싸는 태도로만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처음 참여한다는 하강산(23)씨는 “명태균 게이트 때문에 화가 나서 나왔다. 국정농단, 김건희 공천개입, 채상병 수사 외압 해명이 필요한데 무제한으로 한다고 해놓고 2시간만 했다. 대국민담화에 대해선 솔직히 말해서 욕 아니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인천에서 왔다는 이계성(59)씨는 “공정을 말하던 대통령이 가족을 위해서만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이번 담화에서도 확인했다”며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졌고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인과 4살, 6살 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유홍선(46)씨는 “노동자 탄압이 거세진 분위기가 특히 체감된다. 올해 처음으로 울산의 현대차 외주 업체들 임금단체협약이 전혀 체결되지 않아 갈등이 크다”고 전했다. 아이 엄마인 이찬미(39)씨는 “5년짜리 공무원이 백년대계 교육을 마음대로 손대고 있다.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 살아야 한다니 참담하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시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를 묻고 있다”고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인 만큼 위임된 권력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퇴진운동본부는 10만 명, 민주당은 20만 명이 참여했다고 각각 추산했다.
그런데 경찰이 11월 9일 열린 총궐기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알아서 기는’ 경찰의 공권력 집행 등 정부의 ‘입틀막’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까.
서울경찰청은 11월 11일 총궐기 참여자 6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중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집회가 애초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세종대로 전 차로로 확대됐고, 참여자들이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집회’로 변질됐다는 게 경찰 쪽 주장이다.
당시 다른 곳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온 참여자들이 본집회로 합류하면서 세종대로 2개 차로에 사람들이 추가로 통행하게 됐는데 경찰은 이를 ‘기획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민주노총 집행부가 집회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를 주최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시민 간의 물리적 충돌로 시민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1월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경찰이 애초부터 강경 진압을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은 “충돌을 유도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도 일축했다.
총궐기를 ‘불법’으로 기정사실화하며 진압의 정당성만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있었다”며 “1980년대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현장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경찰은 지지율 17%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보위가 아니라, 집회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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