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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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76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5.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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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가 5월 20일 0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동시에 열렸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 셰필드전에서 손흥민은 대망(待望)의 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3대 0 승리로 5위를 확정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을 위한 리그 4위는 놓쳤지만,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에 나가게 됐다.
사실 이번 시즌 초반 10경기를 8승 2무로 장식하는 등 토트넘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로부터 “역사는 토트넘의 우승 도전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상승세였다. 나 역시 ‘월드 클래스 손흥민63’(전북연합신문, 2023.11.8.)에서 “갈수록 관심과 함께 흥미를 더해가고 있는 손흥민, 그리고 토트넘”이라고 썼다.

그에 비하면 리그 5위가 많이 아쉽다. 아니나다를까 당장 영국 언론 ‘디애슬레틱’은 5월 20일 토트넘의 2023~2024시즌을 결산하며 “토트넘은 1995년 프리미어리그가 20개 클럽으로 확정된 후 첫 10경기에서 8승을 거두고 4위 안에 들지 못한 최초의 팀이 됐다”고 보도했다. 너무 화려한 초반 활약이 무색하게도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게된 셈이다.
그러나 월드 클래스 손흥민은 또다시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전반 14분 논스톱 패스로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을 도왔다. 이로써 손흥민은 지난 2019~20시즌(11골·10도움)과 2020~21시즌(17골·10도움)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한 시즌 10골-10도움의 역사를 썼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EPL 역사상 3회 이상 10골-10도움을 달성한 선수는 손흥민이 6번째다. 지금껏 단 5명만 이뤄낸 대기록을 손흥민이 이어간 것이다. 웨인 루니·살라(5회), 에릭 칸토나·프랭크 램파드(4회), 디디에 드로그바(3회) 등이 그 주인공이다. 손흥민은 EPL 역대 최고의 선수들만이 작성한 대기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손흥민이 박수받아야 할 기록은 EPL 역대 6번째 10골-10도움 3회 달성뿐만이 아니다. 먼저 리그 17골은 지난 2016~2017시즌 이후 무려 8연속시즌 두 자릿수 득점이다. 주장이 된 손흥민은 최전방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여러 역할을 수행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공백을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해도 시비할 사람이 없게 됐다.
일간스포츠(2024.5.20.)에 따르면 리그 17골은 이번 시즌 EPL 득점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 2021~22시즌 EPL 득점왕(23골)이 된 후 지난 시즌은 10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2년 만에 다시 EPL 득점 랭킹 톱10 선수가 됐다. 여기에 이날 10번째 어시스트를 더하면서 손흥민은 EPL 도움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손흥민이 EPL 도움 3위에 오른 건 개인 역대 최고 순위다. 골과 도움을 더한 공격 포인트는 27개로 EPL 전체 5위에 해당한다. 22골 11도움을 기록한 콜 팔머(첼시)가 33개로 가장 많다.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올리 왓킨스(애스턴 빌라·이상 32개)·살라(리버풀·28개)에 이어 손흥민과 필 포든(맨시티)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기대득점(xG)과 기대어시스트(xA) 합은 20.4였는데, 이보다 6.6개 더 많은 결실을 맺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지난 2020~21시즌 이후 3년 만에 득점과 도움 모두 톱10에 진입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당시 득점은 공동 4위(17골), 도움도 공동 4위(10개)였다. 득점과 도움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EPL 최고의 공격 자원으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이번 시즌 27개의 공격 포인트를 더하면서 손흥민의 EPL 통산 공격 포인트는 120골 62도움으로 182개가 됐다. EPL 전체 2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 시즌 EPL에서만 공격 포인트 2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손흥민이 도전하게 될 또 다른 대기록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OSEN(2024.5.21.)이 전한 ‘데일리 메일’ 보도를 보면 손흥민은 홈에서 50골, 원정에서 50골, 50개 이상의 도움을 기록한 최초의 토트넘 선수가 됐다. 토트넘을 떠나 EPL 역사를 통틀어도 역대 7번째다. 이는 해리 케인조차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해리 케인은 EPL에서만 213골을 몰아치며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올라 있지만, 도움이 47개로 3개 모자란다.
한편 토트넘은 최종전 직전(5월 15일 04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3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0대 2로 패했다. 토트넘과 맨시티, 아스널과 애스턴 빌라의 진퇴가 걸린 경기라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손흥민이 상대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날린 슛이 선방에 막혔다. 그로 인해 1대 1이 좌절됐고, 0대 2 패배로 이어졌다.
경기 후 손흥민은 “그렇게 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사과까지 했지만, 실점을 직감한 듯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벤치 앞에서 좌절한 표정으로 드러누운 건 두고두고 회자될 법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얼마나 많이 7~8년 동안 손흥민이 우리를 좌절시켰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라며 “나는 ‘안 돼. 설마 또?’라고 혼잣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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