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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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7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4.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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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두 경기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손흥민이 처음 치른 경기에서 리그 15호골을 작성했다. 3월 31일 0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루턴전에서 손흥민이 역전골을 터뜨려 팀의 2대 1 승리를 견인했는데, 그보다 먼저 할 얘기가 있다.
지난 번 ‘월드 클래스 손흥민71’(전북연합신문, 2024.3.20.)에서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태국전)을 위해 귀국한 손흥민의 A매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며 끝났는데, 바로 그 이야기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3월 21일 태국전에서 전반 42분 손흥민이 상대방 골망을 갈랐는데도 1대 1 무승부였다.

당장 대표팀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2위이며, 태국은 79계단이나 낮은 101위다. 졸전 끝에 4강 탈락하고 각종 사건으로 팬들을 실망하게 만든 아시안컵 이후 첫 A매치이지만, 이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표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더구나 하극상 파동을 초래한 이강인이 소집됐음에도 팬들은 일단 받아들이며 용서한 모습이었다. 이날 무려 6만 4,519명의 관중이 태국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찾았으니까. 팬들이 뜨거운 환호로 항명 파동의 당사자였던 이강인과 캡틴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을 맞아줬는데, 그런 결과를 낸 것이다.
MK스포츠(2024.3.21.)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124번째 A매치를 치르면서 역대 최다 출전 공동 5위가 됐다. 손흥민은 고(故) 유상철 감독, 김호곤 전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대표팀 A매치 역사상 5번째로 많은 출전 기록을 세웠다. 홍명보 감독과 차범근 전 감독(이상 136경기), 이운재 코치(133경기), 이영표 KBS 해설위원(127경기)의 기록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출전 선수에도 변화가 있었다. 가령 주민규는 최고령(33세 343일) A매치 데뷔전이란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최고령 데뷔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의 한창화(32세 168일)였다. K리그1 득점왕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외국인 사령탑들에게 외면받았던 주민규는 늦은 나이지만 선발 원톱 공격수로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 축구는 이제 랭킹이 한참 낮은 아시아팀을 상대로도 홈에서 조마조마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벤투 감독이 물러난 이후 한국 축구의 잃어버린 1년여의 시간을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새 감독을 찾고 다시 팀을 정상궤도로 만들어가야 하는 여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스포츠경향, 2024.3.21.)는 비판이 나왔지만, 3월 26일 밤 9시 30분 열린 태국 원정 경기에선 달랐다.
대표팀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4차전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3대 0으로 이겼다. 전반전 초반엔 태국이 한 수 위처럼 공격을 주도, 위협적인 슛도 날렸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전반 19분 이재성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조규성이 골문쪽으로 찬 골을 끝까지 쇄도한 이재성이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9분엔 손흥민이 추가 골을 뽑아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각도가 거의 없는데도 골키퍼 다리 사이로 공을 차넣었다. 그야말로 절묘한 슈팅이 상대방 골망을 갈랐다. 후반 39분 박진섭이 김민재가 떨궈준 공을 침착하게 상대 골문으로 밀어 넣어 쐐기골을 만들었다. 3대 0 대승으로 서울 경기와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써 한국은 3승 1무(승점 10)로 중국(승점 7·2승 1무 1패)을 제치고 C조 선두를 지켰다. 태국은 1승 1무 2패(승점 4)가 됐다. 사실상 3차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오는 6월 열리는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5·6차전 싱가포르와 중국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면 자력으로 각 조 상위 두 팀이 진출하는 3차예선에 오른다.
경기 후 손흥민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며칠 전에 상대로 만났는데 내용은 만족스러웠으나 경기에 비기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선수들을 불안하게 했다. 더운 날씨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의 헌신, 노력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오늘은 분명히 보셨을 것이다. 한 팀이 돼서 경기를 했다. 무실점 승리를 해서 기쁘다”(인터풋볼, 2024.3.26.)고 말했다.
이날 태국 원정에서의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하극상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강인에 대한 여론이 계속 좋지 않았으나 황선홍 감독은 이를 피하지 않고 3월 A매치 2연전에 이강인을 발탁했다.그런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패스해 골을 만들어냈다. 이재성의 선제골 장면도 조규성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내준 이강인의 공이 컸다.
득점 후 손흥민이 팔을 벌리자 이강인이 뛰어올라 안기는 장면은 한팀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이 됐다. 황 감독은 “선수 때 경험으로 봤을 때 항상 이런 팀 내 문제는 있다”며 “운동장에서 일어난 것은 운동장에서 푸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공법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준 셈이기도 한 3대 0 대승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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