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관중과 보편적 시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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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관중과 보편적 시청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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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프로축구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 3월 1일 오후 2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개막전 티켓은 2월 27일 오픈 한 시간 만에 2만 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관중 수는 2만 8,683명으로 작년 개막전(울산-전북)의 2만 8,073명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광주FC의 홈 개막전은 생각지도 못한 ‘린가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졌다. 3월 2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FC서울과 격돌한 광주 경기 티켓은 예매 시작 2분 30초 만에 동이 났다. 광주축구전용경기장 수용 인원은 약 7,700명이다. 서울에 새로 영입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로 풀이된다.

린가드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건 응당 소속 구단인 FC서울이다. 2월 19일 발매된 서울 모바일 시즌권이 1분 만에 매진된 데 이어, 지난 2월 22일부터 판매된 린가드 유니폼은 2시간 만에 준비된 1,000장이 모두 팔렸을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는 한 경기 관중 수 5만 명을 넘어서며 유료 관중 집계 이후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월 10일 FC서울 홈 개막전이 열린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제시 린가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들이 5만 1,670명에 달하며 북새통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2024.3.11.)에 따르면 K리그1 홈 개막전에 5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든 건 사상 처음이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K리그1 홈 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은 3만 9,871명이다.
단일 경기 관중 수로도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은 지난해 4월 서울-대구FC전의 4만 5,007명이다. 당시 가수 임영웅이 시축과 하프타임 공연에 나선 덕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승강제 이후로 보면, K리그1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은 2016년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로 4만 7,899명이다. 이번에 이 기록도 갈아치운 셈이다.
다른 글에서 이미 말했듯 축구외 다른 스포츠에 별다른 관심이나 취미가 없어 그런지 “프로축구 K리그1이 장기 흥행의 토대를 마련했다”(스포츠서울, 2024.3.22.)는 기사를 꼼꼼히 읽은 것도 그래서다. 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난 시즌 K리그1은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0만 유료 관중을 돌파(244만 7,147명)하며 최고 흥행 역사를 썼다.
기사는 “이번 시즌 초반 분위기를 보면 지난 시즌 구름 관중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로 이어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개막 이후 3라운드까지 K리그1 총 관중은 27만 4,810명이다. 지난 시즌 1~3라운드엔 21만 8,861명이 K리그 경기장을 찾았다. 올해 5만 5,949명이 늘었다.
반가운 일이지만, 그러나 TV 중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전혀 딴판이다. 나는 3월 9일 오후 2시 SBS가 중계방송한 전북현대와 수원FC 경기를 봤을 뿐이다. 경기장에 가는 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처지고, TV로 경기를 더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보편적 시청권’이 엄연히 있는데도 지상파 3사인 KBS·MBC·SBS에서 축구경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나 주요 행사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인 보편적 시청권은 방송법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 경기 방송권이 무료 방송사에 확보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이에 해당하는데, K리그도 다르지 않다.
“K리그를 향한 관심은 중계방송 시청률로도 이어진다”는 앞의 스포츠서울 기사가 더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프로연맹이 제시한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평균 시청률은 0.305%다. 지난 시즌 3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0.194%였다. 0.111%나 상승했다. 지난 시즌 전체 평균 시청률은 0.201%였다.
물론 지난 시즌 전체 지상파 중계는 7회였는데,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두 차례 전파를 탔다. 그만큼 K리그 콘텐츠를 향한 지상파의 관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제까지 울산HD나 FC서울처럼 특정 구단이 흥행을 이끌었는데, 최근 이정효 감독의 광주FC처럼 주목받지 못한 구단에 대한 관심도가 크다. 평균 관중이 증명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현재 K리그 전 경기는 OTT 후발주자인 쿠팡 플레이가 중계하고 있다. 멀쩡하게 시청료를 내고 있는데도 따로 OTT에 유료 가입해야 K리그 축구경기를 볼 수 있단 얘기다. 손흥민·황희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김민재·이재성·정우영이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 경기도 아니고 토종 K리그조차 맘대로 볼 수 없는 건 지상파 방송들이 제대로 역할을 안한 탓이 크다.
지상파 방송이 사실상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두 손 놓고 있었던, 이를테면 직무유기인 셈이다. 올해는 지난해의 7회보다 더 많이 지상파 중계가 있을지 조바심 가지며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라도 보편적 시청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바란다. 이러다 월드컵이며 올림픽 축구 경기도 따로 돈 내고 봐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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