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산은 침묵으로 천 년 만 년을 엄숙하게 서서 세속의 정(靜)과 동(動), 선(善)을 다스리고 있다.
산은 한 번도 불평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산은 아픔을 안으로 참고 견딤의 용서 속에서 시간을 달래며 착하게 살아간다. 산은 예쁜 산유화와 산짐승 들을 가족처럼 거느리고 밤낮없이 이들의 따뜻한 본향(本鄕)이 된다.
나는 이렇게 숭고하고 존엄성이 깃든 산심(山心)에 나의 마음의 신앙터전으로 삼고 살아 간다. 나는 학창시절 산사 생활을 잠시 한 일이 있는데 지금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모두 이 산심(山心)의 가르침으로 안다.
산자락에 피어나는 수많은 생명의 발아가 우리들을 희열(喜悅)로 이끌며 산의 대자연 섭리는 인간 나의 등불이 되어주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모악산 밑 조용한 모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심을 참으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세속(世俗)에도 물들지 않은 인자(仁者)들이라고 생각할 때 나는 인자가 못되어도 인자를 이해할 수 있는 생활인임을 자위하며 오늘 아침도 모악산과 완산칠봉을 향하여 마음의 축원을 울린다.
옛날 한 퇴원(韓退元) 선생은 말하길 『산을 사랑하고 산을 존경하는 사람은 자기를 자기가 다스릴 줄 아는 평범한 지자(智者)라』고 했다. 이 말은 곧 산심을 존경하는 이의 마음과 생활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산심에 기대어 『참 자기』를 『참 자성(自省)』해 보는 동양의 정관적(靜觀的) 사상이며 이러한 사상의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몇 천 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산자락에서 이룩되어 오고 있다.
타는 노을이 산자락 먼 곳으로 사라지는 신비감을 산심에 살아 보지 않은 이는 알지 못하리라?
나의 인생의 신념에 대한 뿌리는 산심의 깊은 곳에 자리한 영원으로 가는 출원에의 향수라고 생각하며 오늘 밤도 내일 아침도 산심을 향한 나의 무거운 기원의 자세가 원심(圓心)을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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