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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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는가?(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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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의학전문기자

 

이제 우리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 번 미루어 짐작해 볼 때가 되었다.
각계각층의 글들을 모아보았다. 

■권혁재 의사 
가스라이팅 최고의 집단은 의사집단이고 그 중 최고의 피해자들은 인턴과 전공의들인 것 같다. 
그런데 너무나 고맙게도 지금 인턴, 전공의들은 예전 같지 않고 너무나도 잘 버텨주고 똑똑하게 잘 투쟁하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내 인턴, 전공의 시절 생각이 났다. 물론 나보다도 더 힘든 시기를 보내셨던 선배 의사 선생님들도 다 이겨낸 힘든 시기였지만 난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 같다. 
타 대학교에서 아주대병원 인턴으로 입사한 ‘6두품’ 의 신분으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일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2월 마지막 주부터 병원에서 나와서 일을 했다. 의사 면허증도 안 나왔던 상태였고 졸업식도 하지 못했던 때였다. 
2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인턴 오리엔테이션과 단체 사진을 찍는 다고 했다. 그 날은 졸업식 날이기도 했다. 다시 집에 올 수 있을 줄 알고 가벼운 짐으로 병원으로 갔고 가운을 받고 사진을 찍고 바로 일을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몇 달 동안 집에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창문도 없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인턴 실에서 여분의 속옷, 양말도 없이 그렇게 버텼다. 옷이 없어 수술복 몰래 입고 다니다가 높으신 분들에 된통 혼났던 기억도 있다. 
기본적으로 휴일 없이 36시간 근무 12시간 휴식이었지만 12시간 휴식이 지켜지기는 어려웠다. 일이 안 끝나서... 전공의때는 더 했고.. 
근무 시간을 따져보면 주 135시간인데.. 최소 150시간 이상씩은 일했던 것 같다. 
첫달 월급 정확히 기억한다. 124만원. 그래도 너무나 감사해서 전부 헌금으로 드렸다. 누울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너무나 감사했고 금요일 마다 특식으로 교육수련부에서 인턴 실에 던져주던 인간사료 같던 피자, 족발, 보쌈에 너무 감사하며 먹고 그랬었다. 
입사하고 1주일간은 아침에 열심히 씻었다. 머리도 감고 양치도 하고.. 하지만 그 이후 머리 감는 것은 너무나 큰 사치였고 양치도 거의 못하고 지내는 게 다반사 였다. 
항상 ‘죄송합니다. 잘 알아보겠습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어리지만 1년차 윗 선배들은 너무 어려웠고 교수님들은 하늘같았다. 
전공의 시절 집에 가지 말라고 하고 시시때때로 직접 혹은 전화로 쌍욕을 하던 모 교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수술 방에서 니 킥으로 쳐 맞고도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던 병신 같던 나... 
그렇게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자존감이라는 자존감이라는 것은 정말 바닥까지 내려갔다. 
병원에 신분은 없겠지만 누군가 그랬다 인턴이 병원에서 제일 낮은 등급이고 그 위에가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라고...
이런 게 당연할 줄 알았다. 내 삶 없이 노예처럼 살아가면서 최저 시급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줄 알았다. 
돈 때문에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긴 있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인턴, 전공의들은 
의술을 배워서 의사로써 의사다운 일을 하고 싶어 남아서 이 힘든 과정을 배우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바이탈 과들은... 
사직서를 내고서도 애기들이 너무 눈에 밟혀서 밤에 몰래 몰래 중환자실에 나와서 애기들 얼굴만 보고 갔다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 얘기를 들었다. 걔네들이 뭔 잘못이고 이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인턴, 전공의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 중에 하나가 수련포기이다. 군대를 다시 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아니면 정말 그냥 의술을 하는 의사를 포기하던지... 
대부분은 다들 어렸을 적부터 의술을 행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의사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꿈을 꺾고 있는 건 정말 나쁜 정치인들과 기성의사들이다. 
협박하는 정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돌이키기에는 너무 모양이 빠져서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것일까? 
확실한 건... 2000명이 증원되건 안 되건 사회주의 기회주의 어용학자인 김윤 교수와 의사를 어떻게든 죽이려고 드는 박 민수 차관은 끝난 것 같다. 
증원되면 조만간 드러날 부작용으로...
증원 못 되면 일을 처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제발 미래를 위해 교과서에는 꼭 저 두 사람 실명 거론해서 실어야 한다!!!
■김동석 개원의 협의회장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의사가 부족하여 의사 만나기 어렵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필수의료 대책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으로 의사 수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살리는 대책을 계속 요구했지만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왕창 늘린다고 필수의료가 살아나겠습니까? 오히려,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라는 의료시스템을 망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의사 구속과 수억 원의 배상 판결로 자신이 전공한 진료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정부가 해결할 최우선 정책은 의사 증원이 아니라, 
-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며, 
- 고의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처리특례법이며, 
-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입니다. 
당장 이것만 해결하면 필수의료 의사는 넘쳐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혼합진료 금지, 실손 보험 개선, 비 의료인의 미용시술, 개원면허 제도 등으로 의원을 규제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진료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 발표 직후에 실손 보험 회사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보건복지부는 의사 증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게 묻습니다!
- 의대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방안과 소요재원을 제시하십시오. 
- 현재도 의대 교수가 부족한데, 교수 확보방안을 제시하십시오. 
- 매년 배출될 2000명이 근무할 시설과 예산의 기획안을 제시하십시오. 
- 의사 2000명이면 간호사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확보 방안은 있습니까?
- 지방 의무복무를 시킨다면 복무 후에 결국 대도시로 몰려갈 것인데 대책은 있습니까?
- 만약, 의대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면 학생, 학부모 등 국민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책은 있습니까? 남는 교수는 한꺼번에 짜를 것입니까?
산을 오르다 길이 없다면 내려와야 합니다. 길을 찾지도 못하면서 오기로 올라간다면 실종되거나 사망합니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건의합니다.
한국의료를 말살 시켜 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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