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4위에 그친 2023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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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4위에 그친 2023아시안컵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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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월 13일 01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카타르와 레바논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3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2월 11일 29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2023아시안컵은 당초 지난해 6~7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개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했다. AFC는 새 개최국으로 카타르를 선정했다. 시기도 1~2월로 변경해 실시했다.
개최국 카타르는 결승전에서 요르단을 3대 1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과 일본의 우승이 언론에 많이 회자된 것과 다른 결과의 2023아시안컵이다. 최종 순위 2위는 대한민국을 2대 0으로 꺾은 요르단이다. 3위는 4강전에서 카타르에 패한 이란이고, 요르단에 패해 4강 탈락한 한국은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일보(2024.2.13.)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컵은 전통의 5강(한국·일본·호주·이란·사우디아라비아)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최초의 대회가 됐다. 한국과 이란이 4강전에 올랐지만, 각각 요르단과 카타르에 패했다. 한국의 경우 8강 진출에 그쳤던 직전 대회보다 나은 성적이긴 하지만, 64년 만의 우승을 장담한 터라 고작 4위에 그친 아시안컵일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우승할 팀이 맞나 하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E조에 속해 1승 2무(승점 5점)를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예상을 깨고 조 2위로 본선에 올라 우승 후보 어쩌고 하던 일본과의 16강전은 피했지만, 국내 팬들로선 새벽 시간대 시청을 해야 하는 불편 내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6실점이나 기록한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벌어진 16강전에서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났다. 점유율뿐 아니라 사우디가 더 강팀으로 보이는 전반전 경기가 펼쳐졌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사우디 교체 선수에게 실점하는 등 뭘로 우승 후보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99분, 마침내 조규성이 헤더 동점골을 만들었고,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 혈투 끝에 가까스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가 두 번이나 상대 골을 막아내 4대 2로 이겨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자타공인 유력한 우승 후보팀이 그렇듯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것이라 많이 실망스러웠다. 극적인 드라마를 쓴 셈이지만, 그만큼 아쉽기도 한 8강전 경기였다.
2월 3일 0시 30분부터 시작된 8강전에서는 호주를 만났다. 나는 이날 낮 1시 40분 서울에서 막내딸 결혼식을 치르는 혼주였음에도 연장전까지 지켜보게하는 혈투가 이어졌다. 대표팀은 연장 혈투 끝에 104분 터진 손흥민의 프리킥 결승골을 앞세워 4강에 올랐다. 두 시간도 자지 못한 채 서울 가는 대절버스에 올랐지만, 4강 진출로 피로도 달아나버린 듯했다.
늘 위기의 순간에도 끝내 미끄러지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한국 축구를 빗대어 ‘좀비 축구’라는 표현까지 나오게 한 대표팀이지만, 그러나 2월 7일 0시부터 열린 요르단과의 4강전은 믿기 힘든 경기였다. 상대는 분명 피파(국제축구연맹) 랭킹 87위로 한국(23위)보다 한 수 아래의 팀인데도 조별리그때처럼 요르단이 더 강팀인 것처럼 보인 경기였다.
그런 요르단 공격력에 패스 미스 등 선수들의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패스 주고 받다 골을 빼앗기고, 그걸 막는데 급급한 장면이 이어졌다. 골키퍼 조현우 선방으로 실점없이 전반전을 마쳤지만, 어떻게 저런 팀이 4강까지 올랐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경기였다. 그런데도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선수는 없었다.
tvN 중계 해설진은 물론 그냥 일반 팬이라 해도 전반전에서의 무기력한 선수들을 일부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을텐데, 클린스만 감독은 달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그리 하지 못했어도 실점한 직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른 시간 가용 자원을 최대한 출격시켜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초반 조규성에 이어 80분쯤에서야 양현준·정우영을 교체 선수로 투입했다. 10분 남짓 남은 시간에 들어간, 지고 있는 팀 교체 선수가 이룰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어쩌다 도움이나 골을 만들어내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결국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용병술로 그대로 무너지고만 것이다.
‘무색무취’란 지적이 그럴 듯한 이상한 모습의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 피파 랭킹 87위팀을 상대로 90분 동안 유효 슈팅 하나도 때리지 못한 우승 후보라니! ‘그거 실화야’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올 법하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은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고도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무실점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AFC 홈페이지에 따르면 “1996년 대회 이후 한국이 한 경기도 무실점 경기를 치르지 못한 첫 번째 대회”다. 피파 랭킹 146위 인도네시아와 공동이긴 하지만, 한국은 참가한 24개국중 ‘최다실점팀’이라는, 애들 말로 쪽팔리는오명의 역사를 쓰게 됐다. 말할 나위 없이 전술을 비롯 용병술에서도 ‘그런 게 있기나 한 건가’란 생각을 갖게한 클린스만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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