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한 어머니 품 같은 모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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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어머니 품 같은 모악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12.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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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호남의 남쪽 끝에 융승히 솟아 오른 봉우리 해발 795m 모악산(母岳山)은 이름 그대로 인자한 어머니의 치맛자락 처럼 넉넉한 자태로 완산벌 전주를 감싸주고 있으며 산에 발을 들여놓으면 어머님의 품처럼 아늑하게 느껴져 심신의 피로가 확 풀린다.
모악산이 이토록 전북인의 사랑을 온통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가 명산이어서가 아니라. 그 품안에 모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전북인에게 모악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하늘이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전북인의 한 사람이 되어서 모악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에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보람있는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악산이 전주에서 멀지 않아서 좋고, 여름에는 녹음의 수혜가 좋고 가을에는 타오르는 단풍이 절색이며, 겨울에는 설화가 만개한 설경이 빼어나서 더욱 좋다.
또한 모악의 등산로는 그다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우리 등산객들의 안식처이며 자연과 벗을 삼는 터전 이기도 하다.
남들은 무슨 산악회에 가입해서 울긋불긋 몸차림에 배낭메고 워커구두 신고 산행들을 떠나는데 나는 결코 그런 차림도 모양새도 아니다. 이웃집 친구가 동행해 주면 함께가는 산행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땐 혼자 떠나는 산행길이 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관광버스 대절하여 집단으로 설악산이며 뱀사골로 떠나는데 나는 그럴경우도 아니어서 가끔 모악산을 간다. 허름한 점퍼차림에 운동화 신고 빵 몇 개와 음료수를 넣은 비닐가방을 들고 문밖을 나서면 기분이 좋다.
곧바로 시내버스 정류장에 나가면 구이행 버스가 온다.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어서 빈자리가 없는데 안쪽으로 들어서면 으레 청소년들이 자리를 양보하며 할아버지 앉으세요 한다. 사람이 늙으면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 되는 건데 유독 분명한 발음으로 할아버지를 불러댈 때는 잊었던 늙음이 확인 되기도 한다.
늙음을 감추려고 머리에 염색도 하고 색깔고운 양복에 싱싱해 보이는 넥타이를 매어보지만 청소년들은 용케도 나의 늙음을 찾아내고 자리를 권한다. 사람의 한 생애는 누웠다가 앉고, 앉았다가 서고 그렇게 살다가 늙으면 다시 섰다가 앉고 앉았다가 눕는 몸짓의 반복을 통해 생을 마무리 하는 모양이다.
모악산이 날보고 오라는 것도 아니어서 바쁜 것도 없다. 쇠약한 다리로 두어시간 지팡이에 의지하며 산정에 올라서면 온몸은 땀에 젖고 숨이 찬다. 그러나 일단 산정에 올라서 보면 높고 낮은 산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참으로 장관이다. 여기저기서 젊은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되어 산 계곡을 넘어 살아진다.
여기 저기서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친다. 몇 번 외치고 나면 도시에서 찌든 답답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씻겨 진다. 모악산정에 올라가 보라. 필자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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