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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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10.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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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2022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0월 8일 밤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다른 글에서 이미 말했듯 축구외 다른 스포츠에 별다른 관심이나 취미가 없는데도 이런저런 경기를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중국·일본에 이어 종합 성적 3위를 차지했다. 참가한 모든 태극전사들에게 수고했단 말부터 전한다.
나로선 말할 나위 없이 축구를 보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하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기까지 치른 일곱 경기를 전부 봤음은 물론이다. 아시안게임 축구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총 27골을 합작했고, 실점은 단 3점에 그치는 경기력을 보여준, ‘저렇게 잘했나’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하는 축구 경기였다.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 9대 0, 태국 4대 0, 바레인 3대 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16강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키르기스스탄을 5대 1로 대파한  대표팀은 8강전 중국 2대 0, 4강전 우즈베키스탄을 2대 1로 꺾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만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다시 꺾었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대 1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반 2분이 채 안돼 7경기 통틀어 첫 선제 실점을 당하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전반전 정우영, 후반전 조영욱의 골로 역전승했다. 먼저 황재원이 크로스한 공을 일본 골문 앞에 있던 정우영이 머리로 받아 골망을 갈랐다.
후반전에 터진 조영욱의 역전 골도 황재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황재원이 하프라인부터 드리블하다가 전방으로 올렸고, 정우영이 상대 수비와 몸싸움 끝에 볼을 페널티지역 가운데로 흘려줬다. 이를 조영욱이 혼전 상황에서 잡아 오른발로 차 넣어 2대 1을 만들었다. 후반전에서 본격화된 일본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난 게 역전승 동력이 됐다.
7경기에서 8골을 넣은 정우영은 득점왕에 올랐다. 5골로 득점 2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보다 3골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5만여 중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이라든가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의 거친 태클 등 악재를 이겨내고 거둔 성과라 더 자랑스러운 우승이다.
이로써 대표팀은 2014인천 아시안게임,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 기록이란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아시안 게임에서 하나도 없는 3연속 우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절로 ‘장하다,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란 감탄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일본전 승리가 더 장한 것은 황선홍호가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대 3으로 참패한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조영욱·이강인·홍현석·고영준 등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뛰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를테면 제대로 설욕한 일본전 승리의 아시안게임 우승인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일본전 축구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패전의 대명사가 되었을 정도로 패하기 일쑤였다. 가령 2021년 3월 성인 국가대표팀이 친선 경기에서 0대 3으로 패했다.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0대 3으로 또 졌다. U17 대표팀도 2022년 6월 인터내셔널 드림컵 0대 3, 2023년 7월 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0대 3으로 졌다.
U20 대표팀이 지난 8월 SBS컵 국제축구대회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바 있지만, 불과 한 달 전 U15 대표팀이 동아시아 챔피언십에서 0대 4로 다시 대패하는 등 여전히 한국 축구는 일본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까 연이은 패배의 사슬을 통쾌하게 끊어버린 일본전 승리라 장한 것이다
엑스포츠뉴스(2023.10.7.)에 따르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대 3으로 참패한 이후 황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강인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데리고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비판이었다. 아시안게임을 3개월 앞두고 중국 현지 적응을 위해 추진했던 중국과의 평가전 2연전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크고 많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금의환향한 인천공항에서 “앞으로도 환영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황 감독이 오죽했으면 “매일 비난만 받다가 환영을 받으니 좀 생소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겠는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경기에서 27골을 뿜어낸 원동력에 대해서는 “한 사람을 이용한 축구보다 2선 선수들이 고루 활약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번 금메달로 선수들은 18개월 복무 대신 3주간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병역의무를 마치게 된다. 이강인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이 얼마나 기뻤으면 곧바로 소셜 미디어에 포효하는 이강인 위에 ‘대한민국 우승’이라고 쓰인 이미지와 함께 “이강인의 금메달! 한국과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우리 ‘파리지앵’ 이강인 축하한다”라고 했을까.
이강인을 의무 차출이 아니었던 아시안게임에 보내준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겠는데, PSG의 동료들 축하도 이어졌다. 가령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는 이강인의 소셜 미디어 게시글에 불꽃마크와 손뼉 이모티콘을 남겨 ‘대한민국 우승’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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