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박근혜 단독회동 무슨 얘기 나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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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박근혜 단독회동 무슨 얘기 나눴나?
  • 투데이안
  • 승인 2009.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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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 회동을 가진 가운데 43분 동안의 단독회동 동안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 이 대통령에게 유럽 특사 활동을 보고한 뒤 11시22분부터 12시5분까지 43분 동안 단독 회동을 가졌다.

박 전 대표는 배석자와 함께한 공식 보고에서는 유럽 방문 성과를 조목조목 정리해 보고했고, FTA 비준 필요성 강조, 헝가리 한국문화원 개설 요구 등 구체적인 건의를 포함해 상세한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대통령께서 당선자 시절부터 유럽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특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50여분간 진행된 특사활동 보고에 뒤이어 박형준 정무 수석이 "두 분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계실 수도 있으니 자리를 정리하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유정복 안경률 의원 등 특사단 일행과 박형준 정무수석 박선규 대변인 등 청와대측 참모들을 모두 물리치고 접견실에서 43분간 단독 회동을 진행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43분간 단독 회동이 진행됐으나 배석하지 않아 무슨 말씀을 나눴는지 알 수 없다"고 갈음했다.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박 전 대표 본인이었다.

청와대 회동을 마친후 국회로 돌아간 박 전 대표가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회동 내용에 대해 일부분을 소개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남북문제, 4대강 사업, 내년에 열릴 G20 정상회담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단독 회동에서 오고 간 내용의 주제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밝힌 '제한적 개헌'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개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분명히 답을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최근 정운찬 총리 지명자의 발언으로 논란을 겪은 바 있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세종시 이야기가 있었기는 하지만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특사단 회견에서는 유럽 특사 활동에 대한 보고에 충실한 반면, 단독 회동에서는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에서 두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독대를 만든 것 또한 이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박 전 대표는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특수한 지위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국제적인 공조 노력과 남북관계의 미묘한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 대북 기조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정치권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 대통령은 오해 불식과 정치권의 의견수렴 절차를 존중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의견 교환이 진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라고 밝힌 뉘앙스가 뭔가 속시원한 공감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예측을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건설 문제는 원안대로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세종시 수정 추진론'에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 지명 등 여권의 차기구도와 관련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7개월만에 진행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단독 회동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박 전 대표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한 측근은 "(독대 후) 박 전 대표의 표정이 괜찮아 보였다"고 소개했다.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43분간의 독대 자리가 진행된 것 자체가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이고, 박 전 대표도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정치적 효과를 얻어 '윈-윈'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아무튼 '친서민 중도실용'을 기치로 국정운영 2기 드라이브를 행사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근혜'라는 여권내 최대 정치력의 협조를 이끌어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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