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서관을 건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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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서관을 건드리나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8.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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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정권이 바뀌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후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지자체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가령 국민의힘 소속 원강수 강원도 원주시장이 아카데미극장 철거 건으로 전국적인 비판과 함께 반발을 사고 있는 게 그렇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특보 출신의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원주시장과 이름이 같은 박강수 구청장은, 한겨레(2023.5.4.)에 따르면 도서관 예산 삭감안에 반대한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임기제 사서사무관, 임기는 2025년 4월까지)을 파면했다. 파면은 최고 수준의 중징계 처분이다. “인사 소청 및 행정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사실상 구청장 임기 내 다시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조치한 셈”인 파면이기도 하다.

송 관장 파면은 4월 7일 직위해제에 이은 조치다. 송 관장 파면사태를 불러온 발단은 박 마포구청장이 2022년 7월 취임한 이후 첫 예산(2023년치) 편성 기간인 2022년 11월 불거졌다. 2023년 도서관 전체 예산을 애초 사업부서의 요청안에서 30% 삭감하라는 박 구청장의 지시에 송 관장이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아 벌어진 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송 관장은 “도서관이 혈세를 낭비하는 곳이란 구청장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올핸 특히 심하게 예산을 삭감하라고 해서 많이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경우 결국 책값, 인건비, 상호대차 서비스 같은 본질적인 요소가 줄게 된다. … 작은도서관에 대해서도 공문 하나 받아본 게 없고 독서실화한다는 설명만 들었다”(한겨레, 2022.11.8.)고 말했다.
반면 마포구가 내세운 파면 이유는 “구청장의 작은도서관 정책 구상을 공론화하여 막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을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단정적이고 과장되게 작성하여… 페이스북 계정에 전체 공개로 게시하고…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한 점 등이다. 
즉 송경진 관장이 “다수 주민 및 국민들로부터 마포구청장의 작은도서관 운영 검토 방향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생기도록 했고, 마포구 행정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으며 “마포구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과의 갈등을 심화시켜 막대한 행정력 낭비를 일으킨 점에 대한 책임이 대단히 크다”며 파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마포구는 “인사위에 출석하여 혐의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된 변명과 남탓을 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도 판단 사유에 적시했다. 아울러 마포구는 5월 4일 늦은 오후 해명자료를 내 “마포구 내 도서관 예산을 30% 삭감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구 예산 총괄 부서에서 전체부서가 신청한 예산에 대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예산삭감 지시이며 도서관 운영을 축소하려 한다고 표현되는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어 “(지난해 당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작은도서관 기능 재설계에 대한 내부 검토과정이 마치 작은도서관 폐관으로 의사결정한 것처럼 외부로 알려져 주민들의 혼란이 발생한 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위를 앞두고 시민들 1400명 이상이 송경진 관장 징계 반대 연서명에 동참해 제출한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작은도서관 지키기에 나서왔던 마포구 주민들이 4월 24일 직접 마포구청을 항의 방문한 것도 송 관장 파면에 문제가 있음을 웅변한다.
주민들은 “마포중앙도서관 관장의 징계 사유는 부당함을 넘어 마포구청장의 책과 도서관에 대한 정책 부재와 구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 행정을 계속하려는 모습의 연장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구청장의 정책 기조와 다른 생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받는다면, 향후 자유로운 언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부당징계 및 구민 의사에 반하는 도서관과 출판문화 정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도서관 예산 삭감 반대’ 송 관장에 대한 파면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송 관장 파면은 ‘괘씸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이 혈세를 낭비하는 곳”이란 그런 ‘무지한’ 마인드의 지자체장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더 놀라운 것은 박 구청장이 시인이란 사실이다.  
서울 마포구가 최근 월드컵공원에 조성한 난지 테마관광 숲길에 박 구청장 시가 전시되었을 뿐아니라 시집도 펴냈다는 것이다. 어떻게 ‘시인 구청장’이 그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지 알 수 없다. 송 관장 파면이 전혀 모르는 남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가 보다 하며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이유다. 송 관장 파면에 대한 인사소청심사위의 합리적 판단이 있길 기대한다.
한편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올초 25개 구의 작은도서관에 지원해오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올 하반기 다른 방안의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증액은 못할망정 왜 도서관 예산을 건드리는지 알 수 없다. 예산 증액과 함께 더 장려하고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지자체장들의 도서관 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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