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는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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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는 기독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5.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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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인간은 누구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 고민이 깊어진다. 또한 인생의 기복이 심하거나 삶이 팍팍하게 전개되면 개인의 운명을 종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인간의 운명과 한계를 용감하게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종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더욱 운명 앞에 능동적으로 살았을지 모른다. 종교가 생기고 나서야 무슨 일이 잘 안 될 때는 자신의 불행이나 잘못을 신의 영역으로 돌리곤 한다. 하늘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인생의 행운과 불행은 과학적 영역도, 종교적 영역도 아닌 그저 자연발생적인 귀결일 수도 있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으로서의 능동적인 자세이다.

개신교의 구원론 중 하나로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한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간혹 일부 신도들이 모여 노상 전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들은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오가는 행인들에게 사탕 몇 개와 전도지를 나눠주며 전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광신도들이 맹목적으로 외치는 가장 주된 교리이다. 물론 사탕 몇 개 얻어먹는다고, 또는 전도지에 쓰인 내용과 성경 몇 구절이 맘에 든다고 당장 교회에 갈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믿음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것은 무시무시한 대국민 협박이다. 예수를 믿어도 무엇을 어떻게 믿는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예수의 존재를 믿는 것 외에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해야 한다. 참된 신앙은 예수를 믿고 그의 가르침과 계명대로 사는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악다구니 쓰고 예수 믿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위협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은 태어난 자체가 죄인이라고 한다. 이것이 원죄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태어났으며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죄를 짓는데 지옥에 가는 것은 단순히 예수를 안 믿어서가 아니라 원죄 때문에 가고, 예수를 믿으면 모든 죄가 깨끗이 사해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무 죄 없는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 외 불교를 믿든, 기타 다른 종교를 믿어도 다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기막힌 일이다.
필자는 ‘종교를 위한 인간이 아닌, 인간을 위한 종교가 참된 종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지니고 있는 민주공화국 시민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나와 다른 종교를 지니고 그러한 종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여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힌다면, (예를 들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면서 못살게 굼)우리는 그런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나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물리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인 ‘저항권’, 혹은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나와 있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이다.
또 하나 이 지구상에 무수히 많은 종교 중에서 어떤 종교를 갖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때문에 내가 남에게 나의 특정한 종교를 강요하거나 남이 나에게 특정한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떤 종교든 내세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으면 죽음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 너머에 또 다른 삶과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고 나서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고 싶고 궁금해한다. 어떤 종교든 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사후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과연 죽으면 모든 것이 소멸되는가, 아니면 현세의 고통으로부터 구원되어 보다 나은 곳으로 옮겨가는 통로일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가설뿐이다. 임사 체험을 했다는 증언들이 적지 않지만 그들의 경험마저도 자기의 기존 믿음에 따르는 경향이 짙다. 기독교인은 천국에 다녀오고, 불자는 극락에 다녀왔다는 식이다. 그래서 그 누구의 경험도 실체적인 사후세계를 다녀왔다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로 증명되긴 어렵다. 왜냐면 누구든 한번 죽게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그 실상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종교는 영원히 거짓말을 해도 절대 들통날 일이 없다.
그러나 종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종교는 죽음이 만들어 놓았다.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결국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이러한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종교라는 것을 만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종교는 사멸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의 엄연한 숙명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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