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분열의 시대 끝은 어디인가?  
상태바
대립과 분열의 시대 끝은 어디인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4.20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바야흐로 대립과 분열의 시대가 절정에 달한 듯하다.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대립과 분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좌우 진영 사이에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강성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대화와 협상은 무시한 채 극한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행한 야당이나 그에 맞서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의 행태는 두 쪽 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정부 여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양 진영의 대립과 갈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조차 어렵다. 민주정치의 공간과 장치가 완전히 정지되어 버린 상태에서 두 진영 사이의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 갈등과 대립,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포퓰리즘(populism) 성향의 정치인들은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성추문에 대한 입막음을 둘러싸고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분열 양상은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실시된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는 브라질 사회를 두 동강 내버렸다.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 대통령과 낙선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양측 지지자들의 대립과 갈등은 브라질 사회를 극단적인 분열로 몰고 갔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프랑스 사회의 갈등과 분열 양상 또한 심각하다. 이 밖에도 각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극단적인 입장의 정당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회적인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세계에서도 대립과 분열 양상은 지구공동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중국의 등소평 같은 정치인들이 개혁과 개방을 외치면서 1990년을 전후하여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독일 통일이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 공존과 평화의 분위기가 자리잡는 듯했다. 그 당시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한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이 인기를 얻었고 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설득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가 종신집권을 추구하고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세계는 다시 한 번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평화를 공허한 단어로 만들어버렸다.
대립과 분열의 시대가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 두 가지 결론밖에 없다. 하나는 대립과 분열로 국가공동체가 되었든 지구공동체가 되었던 공동체가 무너지고 공멸로 끝나는 결론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역사를 멈춰 세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공멸을 막고 새로운 통합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간에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교집합을 찾음으로써 분열을 넘어서야 한다. 그 작업은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해야 한다.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 시민이 나서야 한다. 
이성적 시민은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자기만의 혹은 자기 진영만의 논리로 세상을 본다면 절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이성적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진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강성지지자에 영합하여 거친 발언과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정치인,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정치인은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화와 공감, 합의의 정치를 가져오고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