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선수들 앞에 부끄러운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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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선수들 앞에 부끄러운 정치인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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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대표팀이 16강전에서 브라질에 4대 1로 패배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되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을 만난 게 너무나 아쉬웠다. 
예선 리그에서 우리가 2대 1로 이겼던 포르투갈이 16강전에서 스위스를 6대 1로 이긴 것을 감안하면 대진운이 따르지 않은 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특히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는 얼굴 뼈 부상으로 검은 마스크를 쓰고 4경기를 모두 뛰었다. 그는 16강전 패배 후 “우리는 자랑스럽게 싸웠고 선수들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한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손 선수의 이 말을 굳게 믿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손흥민 선수의 질풍 같은 드리블에 이은 어시스트를 받아 황희찬 선수가 그림 같은 골로 승리한 장면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귀중한 선물을 우리 국민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들의 선전이 있었기에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어두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삶에 대한 새로운 용기와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대한민국을 한순간 응집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스포츠가 ‘국뽕’을 자극하는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애국심으로 사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는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진 과학이다. ‘골대는 부동 물질’이라는 진리도 포함돼 있다. 골 결정력은 어떤 위치에서든 골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수비수가 준비하기 전에 슛을 날릴 수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피니셔(Finisher)’가된 원동력이다.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말로만 국민통합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은 부끄러움을 느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갖은 부상에도 혼신의 힘으로 경기에 나서 승전보를 전한 선수들에 비해 정치인들은 그저 입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입으로 말싸움만 하고 있으니 어찌 국민의 마음을 얻겠는가.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이 존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입신영달을 위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 나라의 정치 영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국민통합, 즉 국민을 하나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진영정치나 팬덤정치에 사로잡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오직 자기 진영의 국민만 보일 뿐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다시 말하면 정치인들이 정치다운 정치를 한다면 그 당연한 귀결로 국민통합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 나라가 사분오열되어 사회적 갈등이 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축구선수들과 자신들을 비교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스포츠와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라.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 저절로 이루어졌겠는가. 잘은 모르지만 이번 대표팀에도 우리가 모르는 여러 갈등과 뒷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그것을 잘 해결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대표팀은 성적을 통해 그들의 문제해결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어떤가. 해결이 시급한 여러 국가적 문제들 가운데 뭐 하나 제대로 해결해내는 것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답잖은 정쟁을 당장 집어치우고 민생문제를 비롯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 달라. 국민들도 정말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만큼 존경받을 수 있는 멋진 정치인들을 보고 싶은마음 간절하다. 
한편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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