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법 제정이 국립대학 재도약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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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법 제정이 국립대학 재도약의 시작이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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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대학 사회의 대표적인 서열화에는 THE, QS, U.S.News & World Report 등에서 발표하는 세계 대학 순위가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개인도 사회도 서열화는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외 여러 단체가 자기들의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서열화된 결과를 발표하고 그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THE와 QS 등은 대학의 적극적인 광고 참여 등에 의해서 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대학 순위 경향 분석에는 큰 무리가 없다.

2022년 6월에 발표된 2023년 QS 세계 대학 순위에서 500위 이내에 국립대학은 한 곳도 없다. 국립법인대학으로 서울대가 있고 특수법인대학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이 포함되어 있지만 순수 국립대학은 없었다.
2013년부터 최근 10년간의 QS 순위에서 부산대가 유일하게 5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마저도 2019년도부터는 볼 수 없다. QS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는 2009년도에는 5개 국립대학이 100위 이내였으나 2023년에는 경북대학교만이 유일하게 100위 이내이다.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2020년도부터 최근까지 500위 이내에 국립대학은 한 곳도 없다. 더욱이 2020년은 1000위 이내에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의 4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으나 2021년 3개, 2022년 2개, 2023년에는 1개 대학만을 볼 수 있다.
THE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는 2020년 부산대, 경북대 2개 대학이 2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으나 2022년도에는 1개 국립대학만 200위 이내이다. 300위 이내도 4개 국립대에서 2개 국립대로 줄었다.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U.S.News& World Report 세계대학 순위에서도 2019년부터 최근까지 500위 이내에는 국립대학은 없다. 1000위 이내에는 2019년 8개, 2020년 8개, 2021년 5개, 2022년 4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주요 세계 및 아시아 대학 순위 발표에서 국립대학의 순위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10위 이내에는 국립대학이 없으며 10위권 대 중후반에 3~4개 대학이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022년도에는 서울과학기술대와 부산대 2개 국립대학만이 20위 이내였다. 특히 2017년부터 지속해서 순위를 높여온 서울과학기술대가 2022년도에는 국립대학 중 순위가 가장 높았다.
세계 대학 순위 및 국내대학 순위 평가에서 국립대학의 순위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국립대학의 국내외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과학기술대를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은 비수도권에 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순위가 향상되는 반면 부산대, 경북대를 포함한 국립대들의 순위가 낮아진 것은 심화하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기인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심화하는 수도권 집중화로 주요 국립대학들조차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격차도 국립대 경쟁력 저하의 주된 원인이다. 2021년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부산대(2147만원), 경북대(2057만원), 전북대(1962만원), 강원대(1824만원) 등이 약 2000만원 정도로 수도권 주요 사립대인 연세대(3500만원), 성균관대(2840만원), 고려대(2753만원), 한양대(2282만원) 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대(5286만원)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 다른 원인은 국립대학의 거버넌스 문제다. 국립대학의 설치 근거는 ‘국립학교 설치령’에 따른다. 반면 사립대학은 고등교육법을 따르기는 하지만 ‘사립학교법’이 별도로 있고,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학교와 인천대학교는 각각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다.
한국교원대를 제외하고 정부에서 설치한 특수목적 대학들도 모두 별도의 설치법이 있다. 국립대학법이 별도로 없으므로 국립대학 운영은 ‘국립학교설치령’, ‘국립대학회계법’,‘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르며 대학 운영의 자율성이 매우 제한된다. 국립대학법 제정으로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가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학 재정의 공적 부담원칙을 명확히 하고 지원·육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지난 6월 교육부의 장상윤 차관이 ‘국립대학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국립대학법 제정으로 국립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충분한 재정지원으로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을 대폭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도에도 국립대학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국립대학법은 2021년도에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국립대 경쟁력 저하는 비수도권의 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소멸 위기의 지방을 살리며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대학의 재도약은 국립대학법 제정에서 시작될 수 있으므로 이번에는 반드시 국립대학법이 제정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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