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46
상태바
월드 클래스 손흥민46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0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2월 2일 자정(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우리 대표팀의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은 한 마디로 조마조마하면서도 짜릿한 경기였다. 2대 1로 이겨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이뤄낸 극적인 경기여서다. 이전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해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고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그야말로 바늘구멍 같은 희망을 건 경기의 결과여서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실점했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7분 왼쪽에서 올린 이강인의 코너킥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에 맞은 뒤 떨어졌다. 이것를 김영권이 넘어지면서도 왼발로 슈팅했고, 상대 골망을 갈랐다.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4년 전 우리가 2대 0으로 이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첫골을 넣은 선수다.

개인적으론 전주공고 교사시절 제자이기도 한 김영권의 첫골은 자연스럽게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를 떠올리게 했다. 진짜로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가는 게 아닌가 하는 희망을 안겨주는 골이었다. 마침내 후반 추가시간 우리 진영에서 공을 따낸 손흥민이 70m쯤 되는 거리를 내달리며 포르투갈 수비수 6명을 잇달아 제치고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내달리는 손흥민을 보고 그 못지않게 전력질주해 어느새 골문앞에 위치한 황희찬은 상대 선수 다리 사이로 전해진 공을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마스크 투혼으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미진함(손흥민)과 부상이 발목을 잡아 아예 1, 2차전을 뛰지 못한 아쉬움(황희찬)을 말끔히 털어버린 결승골이었다.
포르투갈과 한국이 1, 2위로 16강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 영국 BBC 해설위원 크리스 서튼의 예측대로 된 것인데, 국내 언론과 팬들은 물론 외신의 찬사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가령 AP통신은 “한국이 다득점에 우위를 주는 동률 배제원칙(타이브레이커)으로 16강에 진출해 우루과이를 조 3위(탈락)로 밀어낸 것은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마감된 조별리그 가운데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포르투갈전 승리이기도 하다. 먼저 심판으로부터 판정 ‘테러’를 당해 분통 터지는 마음을 잘 추슬러 거둔 포르투갈전 승리라는 점이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가나전 후반 추가시간 10분이 조금 지난 시점에 김민재 대신 투입된 권경원이 코너킥을 얻었는데도 차게 하지 않고 경기를 종료했다.
테일러 주심의 결정에 규정상 문제가 없고, 이미 주어진 추가시간 10분이 지났으니 언제 경기를 끝내도 이상하지 않다지만, 어느 축구경기에서도 본 기억이 없는 비상식적 종료 휘슬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어쩌면 동점골을 넣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한국은 박탈당한 셈이다. 선수들이나 벤투 감독이 적극적으로 항의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테일러 주심은 한 술 더 떠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누가 봐도 심판의 감정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는 벤투 감독에 대한 레드카드였다. 그로 인해 벤투 감독이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포르투갈전 승리였기에 더 값져 보이고 남다른 의미가 있다.
테일러 주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에게 논란의 레드카드를 내민 악연이 있는 심판이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그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에겐 ‘재앙’이나 다름 없는 만남이라 할까! 오죽했으면 영국 언론 더선이 “앤서니 테일러의 테러가 국제적으로 알려져 행복하다”는 테일러 주심을 보는 현지 팬의 지적을 콕 집어 보도했을까!
그러니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오심, 논란이 있는 판정을 남발하는 그가 또 한국 대표팀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왜 그런 함량 미달 심판들이 퇴출은커녕 월드컵 무대에까지 서게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의 그런 판정이 추가시간을 ‘원없이’ 주는 이번 대회 기조를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포르투갈전 승리의 또 다른 의미는 일본 언론(도쿄스포츠)도 보도했듯 “한국이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복수했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2019년 7월 유벤투스 소속 선수시절 방한 경기에서 계약서에 있는 45분을 전혀 뛰지 않는 이른바 ‘노쇼’로 한국 팬들 나아가 국민들에게 비난과 함께 미움을 산 바 있다.
나 역시 ‘호날두 노쇼 그후1, 2’와 ‘호날두 빠진 축구 친선경기’ 같은 글을 통해 강력하게 그의 노쇼를 성토한 바 있다. 후반 18분경 교체된 호날두는 우리에게 그런 선수다. 게다가 손흥민이 롤모델이라던 ‘우상’과 함께 처음 치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호날두의 코를 납작하게 했으니 어찌 통쾌하면서도 짜릿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고로 BBC는 이날 황희찬의 결승골을 도운 손흥민을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가장 높은 평점 9.15를 부여했다. 결승골의 주인공인 황희찬은 8.88, 이재성이 8.50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손흥민과 ‘7번 주장’ 맞대결을 펼친 포르투갈의 호날두에겐 가장 낮은 3.77을 매겼다. 우리 태극전사들 정말 장한 일을 해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