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수 부안 주재기자
편지는 한자로 ‘便紙’, ‘片紙’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종이에 안부나 소식을 간단하게 적어 보내는 서신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종이가 없던 시대에는 대쪽이나 나무판에 글씨를 써서 보냈다.
옛날에는 편지를 서간(書簡)이나 간찰(簡札)이라고도 했는데, 이 명명에서 시사하고 있듯이, 편지는 대쪽의 의미를 갖는 간(簡)에서 유래됐으며 이것이 일반화된 것이 오늘날의 편지이다. 편지는 글을 써서 보내는 문자 활동의 하나로서 영어의 ‘letter’가 문자라는 의미 외에 편지라는 뜻도 갖고 있음은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종래의 편지가 새롭게 변형된 모습으로 대체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 메일의 간편함 속에서 때로는 경박스러움을 지울 수 없어 새삼 기존의 편지에 깃든 정성이 그립다. 세태가 그렇다 보니 기존의 편지가 ‘손 편지’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 편지’라는 말은 아직까지 ‘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이다.
물론 간단한 핸드폰 문자 전송도 용무나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편지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은 소통 부재의 시대에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문자 입력 방식이 한글 창제의 기본 원리인 천지인과 가획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전하는 데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좋겠지만, 시공을 달리 해 마음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 정성 담긴 편지를 보낸다면 더없이 흐뭇한 일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한글이 창제되고 널리 쓰이는 데에 편지는 대단한 역할을 했으며, 조선 시대에 편지는 거의 유일한 사적 통로의 수단이었는데, 당시 사대부에서 이름 없이 살다간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옛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가족 간의 내밀한 사연이 한 편의 편지에 그대로 담겨 오늘에 전해지는 것이 무수히 많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는 어느 시인의 마음은 이미 노래가 돼 이맘때가 되면 우리의 귓전을 울리지만 이제는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총총히 우표를 사고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의 편지를 보내는 풍경을 이제는 ‘행복’한 시인 외에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된 것이 우리를 슬프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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