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의 반격…금호그룹 '형제의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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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의 반격…금호그룹 '형제의난' 불붙나
  • 투데이안
  • 승인 2009.09.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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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또 수면위로 떠올랐다.


1일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대리인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 자신의 해임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찬구 전 회장은 7월28일 해임 이후 8월3일 금호석화 사내 게시판을 통해 해임안에 대한 심경을 밝힌 적은 있지만 법무법인을 내세워 자신의 입장을 공식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박찬구 전 회장 측이 소송 등 법적대응 수순을 구체적으로 밟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월28일 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4가계는 그룹 계열사 주식에 대해 균등 출자하고 4가계가 그룹회장을 추대해 회장을 중심으로 결속했으나 최근 박찬구 회장이 개인의 이익 중심인 행동으로 공동경영에 분란을 일으켰다.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면서 박찬구 전 금호석화 회장을 해임했다.

말을 아끼던 박찬구 전 회장은 8월3일 회사 게시판에 "지난 28일 박삼구 회장은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투표용지에 이사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의 지위에 기한 압력을 행사하여 내 해임안을 가결시켰다"며 "해임 조치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었다. 회사 측은 이날 오전 11시경 이 글을 삭제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침묵을 깬 박찬구 전 회장은 이번엔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을 공고히 했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이사들에게 보낸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보호를 위해 드리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내용증명 자료도 함께 공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법무법인을 통한 입장 발표와, 그룹 이사들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박찬구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가족간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그룹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하면서 마치 박찬구 회장이 본인 사익을 위해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당시 이사회가 거론한 '해임사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실제로 박삼구 회장 측은 해임의 첫째 사유를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거부', 둘째 사유를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 반환거부'로 들고 있다"면서 "박찬구 회장이 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한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라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타 계열사에 전가하려는 일련의 위법행위로부터 주주 및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찬구 전 회장은 또 "박삼구 회장이 '일사불란한 그룹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타 가계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의 경영권 독점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해온 것이 소위 '가족간 공동경영의 실체'였음을 밝히고 싶다"면서 "이는 ‘형제라고 다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 국민 앞에서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짚었다.

금호그룹 오너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여전히 박삼구 명예회장의 일방적인 승리 쪽에 무게가 쏠려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다른 형제일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박찬구 전 회장의 반격이 있긴 하겠지만 출혈은 심하지 않고 '형제의 난'은 결국 수습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의 금호석유화학 분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가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이 있는 대우건설 최대 주주사 금호산업의 주식을 팔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18% 이상 갖고 있는 만큼 분쟁이 장기화되면 계열분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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