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장관·산업은행장 믿었다가 돈 다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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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장관·산업은행장 믿었다가 돈 다 날릴 판"
  • 투데이안
  • 승인 2010.08.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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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메신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시장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의 공시 내용을 확인하며 가치와 실적에 따른 신중한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이같은 수칙을 지키고도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됐다면 과연 투자자의 심정은 어떨까?

코스닥 상장사 네오세미테크의 소액주주 60여명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네오세미테크 주주연대는 "회계법인 감사보고서, 한국거래소 공시, 정부기관 인증, 각종 언론보도를 믿고 투자했다가 어떤 부실 징후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명환 전 대표이사의 분식회계와 횡령,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 2일 대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사유는 배임 및 횡령이었다.

오는 23일 열릴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하면 다음 날부터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정리매매가 진행되면 현재 8500원인 네오세미테크 주식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연대는 상장폐지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오명환 전 네오세미테크 대표이사를 지목한다. 주주연대는 오 전 대표가 2003년부터 7년간 분식회계를 했음을 고백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를 통한 허위 재무제표와 거짓 수주공시는 네오세미테크를 초우량기업으로 장식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처음으로 감사의견 거절이 나올 때까지 재무제표 상 아무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각계각층 고위인사들도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고위인사들은 태양광 및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영위하는 '녹색기업' 네오세미테크를 앞 다퉈 칭송하기 바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을 인천 남동공단 내 네오세미테크 공장에서 소화했다.

최 장관은 지난해 9월 19일 네오세미테크 공장에서 "선진 일류 기술을 가지면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롤모델 같은 회사"라며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장관은 "경제가 어렵지만 이런 데 와서 보면 희망을 느낀다"며 "정부에서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덧붙였다.

주주연대는 당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이창구 인천발전연구원장(당시 인천시 행정부시장)도 동행했다고 귀띔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당시 산업은행장)도 지난해 2월 4일 네오세미테크 공장을 방문해 오명환 전 대표에게 1호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를 전달했다.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는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산업은행이 수여하는 상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년 매출과 순이익이 성장세를 보였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은행마저 분식회계에 속아 넘어간 셈이다.

주주연대는 김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 한나라당 소속 서상기·이윤성·조전혁·윤상현·배은희 의원도 네오세미테크를 직접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주주연대는 네오세미테크의 문제점을 들춰내지 못한 인덕회계법인, 우리회계법인, 신정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회계법인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그리고 네오세미테크를 칭찬하기 바빴던 KBS, 중앙일보, 전자신문 등 언론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연대 측은 "금융감독원, 거래소, 산업은행 및 채권단 등 관계 기관은 전 대표이사의 형사 처벌 및 횡령금액의 조속한 환수조치를 취하고 나아가 회사의 정상적인 매출액과 이익을 확인할 수 있도록 6개월 개선기간을 부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소가 개선기간을 재차 부여할 가능성은 낮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4월 대주회계법인이 재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3개월간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약 3000억 원어치)의 가치가 급락하고 소액주주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네오세미테크 소액주주는 7287명(지난해 연말 기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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