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책임과 실천: 초부족 구미속(貂不足 狗尾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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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책임과 실천: 초부족 구미속(貂不足 狗尾續)
  • 정항석
  • 승인 2017.04.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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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석 캠브리지대 연구학자, 전 대통령자문위원

“담비 꼬리가 모자라니 개꼬리로 이어대는군.”
벼슬을 함부로 준다는 비아냥이다.

중국의 한나라 말기를 기반으로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촉나라(263년), 위나라(265년), 그리고 오나라(280년)를 멸하고 통일시킨 나라는 진(晉)나라의 사마염(司馬炎)이다. 위장(魏將) 사마의(司馬懿)는 그의 조부이다. 중국 한족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는 진시황 여정(呂政)이나 한무제 유방(劉邦)에 비견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진나라는 290년 그의 사후부터 붕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권력에 대한 과욕과 집중화에 있었고, 그 틈은 사마충 (司馬衷)이 혜제(惠帝)로 등극한 이후 그의 부인인 가황후(賈皇后)에서 비롯된다. 가황후는 환관 동맹(董猛)과 결탁하여 무능한 혜제를 폄하하고 학정과 폭정을 거듭하였다.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사마광(司馬光)은 그녀의 못된 행위에 대하여 상세히 언급할 정도이다. 잘못된 권력욕은 끊임없는 국가를 좀 슬게 하였고 급기야는 ‘왕자들의 난(八王之亂 290-311)’의 원인이 되었다. 구정물이 맑기에는 걸려야 할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도 해보겠다’는 이상한 권력의 집착은 사마염의 숙부, 사마륜(司馬倫)으로 이어진다. 그는 사마의(司馬懿)의 아들로서 조왕(趙王)이다. 가황후(賈皇后)의 폭정은 그의 권력에 대한 명분을 주었다. 갖은 술수와 권모를 통행 그는 황제가 되었고 사마륜이 즉위하자 그를 도왔던 인사들은 물론 심지어는 종들과 심부름꾼들까지도 벼슬을 주게 되었다. 당시 관원들은 담비의 꼬리가죽으로 관모(官帽)를 삼았는데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갑자기 벼슬자리가 많아지자 모자란 담비가죽 대신 담비와 비슷한 개의 꼬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어지러운 정치에 대한 백성들의 불만은 높았고 이를 비꼬아서 “담비 꼬리가 모자라니 개꼬리로 이어대는군”라고 비웃음을 친 것이다. 구미속초(狗尾續貂)는 이에서 나온다. 권력의 집중과 탐닉(耽溺)은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진서(晉書)에 따르면 사마량과 사마위은 가황후와 동맹에게, 가황후와 동맹은 사마륜에게, 사마륜은 사마경에게, 사마경은 사마예에게, 사마예는 사마영에게, 사마영은 사마옹에게, 죽마옹은 사마월에게 피살되거나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을 당하여 죽었다. 내부 핵심 지도층들의 권력다툼이 그 촉매제이었다. 사마월 이후 또 다시 중원은 5호 16국을 분열되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의 존경은 물론 신임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이들로 기억될지 알 수 없으나 오늘날까지 이들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은 대통령에 대한 좋은 향수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도가 반드시 필요한지는 모르나 권력을 쫓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권력의 집중은 때로는 대통령제가 가지는 폐단을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택한 이가 권력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 뭐라도 담비가죽 아니면 개가죽이라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관인으로 나가는 것까지 그리고 무보수직을 포함한다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국가 요직과 말관직은 그 숫자가 대략 3천명 이상이다. 2005년 관련법 개정으로 3급 이하 공무원 인사권은 장관에게 이임됨에 따라 대통령은 3급 이상 공무원에 한해 인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3급 이상 공무원 등 1800여명 임명 권한을 줄 수 있다. 적어도 5년마다 담비 1800마리가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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