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행정처분에 골병드는 중소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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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행정처분에 골병드는 중소건설사
  • 서윤배 기자
  • 승인 2017.03.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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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회수 가능한 공사대금 채권도 부실자산으로 매도…

회수 가능한 공사대금 채권을 부실자산으로 간주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 행정처분은 잘못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충분히 돌려받을 수 있는 공사대금을 부실자산으로 보고 지역 소재 A건설사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 전북도의 처분을 취소했다.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르면 건축공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업체는 상시 자본금 5억원 이상을 갖춰야 하며 이를 3년 이내 2회 위반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건설업체의 자본금을 평가하는 기준인 건설업체 기업진단지침을 보면, 법원 판결 등에 의해 금액이 확정됐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공사 미수금 채권의 경우 제공된 담보물을 통해 회수가 가능한 금액이면 실질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산 소재 A사는 지난 2008년과 2011년 모회사로부터 총 37억원 규모의 공장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완공후 인도했으나, 공사대금 12억6000여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A사는 결국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고 공사대금 지급명령 소송에서 승소했다.이에 따라 A사는 해당 공장 건물내 직원을 상주시키는 등 유치권을 행사하며 법원으로부터 유치권 존재 확인까지 받아 놓았다. 대금 회수가 가능한 법적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유치권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다.하지만 주무관청인 전북도는 이를 외면했다.

전북도는 A사가 받지 못한 12억6000여만원을 부실자산으로 보고 실질자본금이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한다고 간주하고 지난해 9월 A사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 처분했다.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했던 A사는 결국 지리한 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행정심판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중앙행심위는 이에 대해 A사가 갖는 공사대금 채권은 민법상 유치권에 의해 담보돼 회수가 가능한 채권으로 인정된다며 전북도가 해당 업체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 것은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이를 취소했다.

행심위 관계자는 "건설업체의 자산평가 등 전문분야에서 종종 행정기관의 법리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처럼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행정심판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업계는 이에 대해 일부 법리 해석상 오류로 볼 수 있지만, 행정편의주의적 '불통' 관행과 '길들이기'식 처분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공사대금 회수 관련 유치권조차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주기적신고 등 건설업관리규정 등을 무시한채 일단 행정처분부터 내리고 나서 근거 조사를 하겠다는 식의 행태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사 처럼 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처한 업체를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부당한 처분으로 수개월간 영업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게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고용창출이냐"며 "개별사안에 대한 판결이나 결정도 중요하지만, 행정처분이라는 강제력을 앞세운 갑질과 불공정 관행전반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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