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식량전쟁 시대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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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식량전쟁 시대 대비할 때
  • 허성배
  • 승인 2016.10.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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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논설위원

기록적인 태풍과 홍수 재난으로 인한 흉작 등 글로벌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전 세계 주요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하여 식량 대란 조짐을 보인다고 미국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이 보도 하는 가운데 미국 등 세계 강대국들은 저개발국의 농지를 대량 사들이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불과 수개월 전 옥수수는 t당 323달러. 콩은 63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곡물 파동은 브라질•멕시코 등에서 폭동이 일어난 지난 2008년의 가격대를 훨씬 넘어 선 것이다. 밀은 1년 전에 비해 35% 오른 337달러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이 50년 만의 가뭄을 겪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가 뛰는 것을 “애그플레이션 (agflation)”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으로 밀과 옥수수의 거의 전량, 콩의 91%를 수입 하는 한국으로서는 당장 물가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라면 과자 두유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맥주와 사료 가격도 모두 올랐다.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 수지에도 더 큰 부담을 않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에 본격 반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과 내년 초 국내 밀가루 가격이 현재보다 27.5%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를 견인하는 수출이 위축•둔화하는 와중에 그간 안정적이던 물가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애그플레이션이라는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 저성장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시작된다. 물가가 오르면 돈을 풀 수 없어 불황 극복은 더 멀어진 가운데 침체의 악순환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밀과 콩 수입에 무관세 적용을 계속하고. 수입금융을 확대하며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2008년 파동 때의 대책을 거의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작황 전망이 나빠지는 데다 동유럽과 러시아도 흉작이라고 알 여지고 있으며 이상기후 탓으로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의 식량 수요는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 국제곡물회사를 만들어 곡물을 직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흐지부지 되고 말았는데 애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계속될 경우 국산 농산물 대체소비와 국제 곡물 시장 참여는 물론 해외 식량 기지 확보 등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새롭게 손질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은 실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옥수수는 70%, 소맥(밀)은 47%, 대두(콩)는 45%나 올랐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가 집계하는 국제농산물 선물지수 (MSCI)의 8개 주요 품목의 지수가 지난 1년간 48%나 급증한 것을 비롯해 55개 품목의 곡물 도매가격이 모두 폭등. 식량 위기를 겪었던 2008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홍콩신문은 지적했다.

향후 전망도 전 세계의 식량 위기는 비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전 세계의 곡물 교역 성과 분석가이스트 100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올해와 내년에도 지속적인 가격상승이 예상된다고 답함으로써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농지확보에 혈안이 되는 등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사 가운데 90%가 석유와 가스를 이용해 생산된다. 국제 식량 위기가 발생하면 식량 수출국들은 가장 먼저 식량 수출 창구부터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예년보다 작황은 다소 좋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한이 머지않아 북한과 거의 유사한 식량 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핀잔을 할 것이다. 아니 지금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폭락하는 마당에 쌀이 부족해진다고? 그러나 이 말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 쌀이 좀 남아도는 것은 찰나의 여유에 지나지 않는다. 머지않아 우리는 끔찍한 식량 위기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금 먹을 것이 철철 넘쳐나는 이 풍요의 원천은 석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7,500만 명이 먹고 살아야 할 생사가 달린 식량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자급자족하던 100년 전의 우리나라를 생각해보자. 1910년 당시 조선 인구는 대략 1,70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때 우리 선조들은 먹을거리 모두를 자기 손으로 생산해서 먹고 살았다. 지금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5% 정도 된다. 쌀을 제외하면 5%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구는 남•북 합쳐 7,500만 명이나 된다.
북한의 식량 자급률은 75%를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지금 기아에서 헤매고 있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석유를 전량 수입해 온다. 이런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초등학생들도 금방 안다. 머지않아 우리 한국도 끔찍한 식량 전쟁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 석유가 사라져 가는 지금 우리는 시급 하고도 절박한 과제로 정부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안보 차원에서 생명과도 같은 식량 비축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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