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불운 털고 16강 '속죄포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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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불운 털고 16강 '속죄포 쐈다'
  • 투데이안
  • 승인 2010.06.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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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불운을 씻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허정무 감독(55)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새벽(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10남아공월드컵조별예선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독일대회에서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16강 진출이 무산됐던 아쉬움은 또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은 이정수(30. 가시마 앤틀러스)와 박주영(25. AS모나코)의 연속 골로 귀중한 무승부와 함께 값진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3인의 태극전사 가운데 누구보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다렸던 이는 허정무호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 박주영이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에서 비운의 주인공이 됐던 박주영이었기에 명예회복을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했고, 또 그렇게 했다.

2006독일월드컵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불필요한 반칙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박주영은 16강 탈락의 원흉이 되어야 했다.


앞서 열린 토고와의 1차전과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이 1승1무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기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주영은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에 드디어 출전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23분 만에 필리페 센데로스(25. 풀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0-2 패배를 당해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선제골로 이어진 프리킥을 내준 이가 바로 박주영이었다.

결국 박주영은 후반 중반에 교체 아웃되며 생애 첫 월드컵 출전에서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박주영은 2006독일월드컵 이후 4년을 기다렸다. K-리그 뿐 아니라 프랑스 프로축구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공격수가 되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의 명예회복을 노렸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안고 시작한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박주영은 침묵했다.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골은 터지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선수라고 꼽히는 리오넬 메시(23. 바르셀로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다시 한번 명예회복에 도전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7분 만에 메시의 프리킥이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며 1-4 대패의 빌미가 됐다. 박주영에게는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악연'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또 한번 비운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지만, 박주영은 2개 대회 연속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듯 했던 불운을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말끔하게 씻어냈다.

양 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4분, 박주영은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서 상대 수비벽과 골키퍼를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는 골을 만들었다.

박주영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수비벽을 피해 상대 골 문으로 휘어들었고, 동물적인 감각을 자랑하며 선방쇼를 펼쳤던 나이지리아의 골키퍼 빈센트 엔예아마(28. 하포엘 텔 아비브)도 막아내지 못했다.

박주영은 자칫 아쉬움으로 끝나는 듯 했던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에서 오랜 침묵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한국의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선물했다.

박주영은 이제 갓 20대 중반에 접어든 어린 선수다. 선수로서 누려야 할 전성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박주영에게는 4년 뒤 브라질에서 또 한번의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통렬한 골로 보상받은 박주영이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되어 이끌어 줄 그 날을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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