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공모전, 시상내역 명확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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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공모전, 시상내역 명확히 밝혀야
  • 장세진
  • 승인 2014.04.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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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고령군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고령군지부 등이 주관하는 ‘제6회문열공매운당 이조년선생추모전국백일장’은 1등상인 대상에 3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있다. 2등인 장원엔 초.중.고.대학일반부 각각 3십, 5십, 1백만, 2백만 원이다. 최하위 장려상은 4개 부문 공히 3만 원 상품권이다.

  경북 칠곡군이 주최하고 영남일보사가 주관하는 ‘2013칠곡역사문화스토리공모전’ 일반부 대상(1등상)의 상금은 무려 1천만 원이다. 학생부의 경우도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1명씩만 뽑았지만, 상금은 최고 300만 원부터 최저 50만 원이다.

  반면 전북 익산시가 시행한 ‘두 발로 쓰는 익산여행이야기공모’를 보면 1등 최우수상인데도 상금이 고작 10만 원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여행지,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를 알리기 위한” 전 국민 대상의 공모전인데도 그렇다.

  공모전의 시상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우수상 5만 원, 장려상 3만 원이다. 시상 규모는 총 8명, 35만 원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인데도 그 모양이다. 초등학생 대상의 전국 공모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쪼잔한’ 공모전이다.

  애들 쓰는 말로 너무 쪽팔려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세상에, 돈 35만 원으로 ‘관광도시 익산’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려 하다니, 그 후안무치한  ‘똥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을 ‘졸’로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행정이요 행태다.

  일단 애들 장난도 아닌 그런 일이 어떻게 시장 결재까지 받아 시행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만약 그것이 문인단체 등 전문가 도움도 받지 않고 공무원들의 성과주의가 부른 안일한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상금이 많고 적은 게 대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가까운 공론일 뿐이다. 많은 상금을 걸어야 전국적인 관심과 응모를 끌어낼 수 있고, 그럴 때 홍보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문인협회 해당 지회, 지부가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대회는 아예 한 술 더 뜬다. 상금이나 상장 훈격 등 구체적 시상내역도 밝히지 않은 채 전국 또는 특정지역 대상의 백일장이며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혹시 싶어 해당 홈페이지나 카페를 방문해 살펴보아도 상금은 없다. 상장과 상품을 준다고만 되어 있다. ‘제9회농촌문학상공모’, ‘제38회가야문화축제백일장’, ‘제31회단계백일장’, ‘포스코창립46주년제27회쇳물백일장’, ‘제2회오산여류문학여성백일장공모전’, ‘제11회천상백일장’, ‘3.15의거54주년기념제30회전국백일장’, ‘제13회모악문화제전국학생백일장’ 등이 그것이다.

  특히 경북지역만을 대상으로 포스코가 후원하는 ‘쇳물백일장’의 경우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포스코’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중 하나인데, 얼마나 지원액수가 짜잔하면 수상자들에게 상금 아닌, 사람에 따라 별 쓸모도 없는 상품을 주는 것인지 의아스러워서다.

  ‘농촌문학상공모’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성인 대상의 문학작품을 모집하면서 상금 등이 적힌 자세한 시상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더우기 1등까지도 상금 아닌 문화상품권 몇 장으로 떼우려는 것은 속된 말로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수작’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상금 액수나 시상 규모 등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주최측의 권한일지도 모른다. 그럴망정 시상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나 상품권 몇 장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은 정도가 아니지 싶다.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나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시상내역 공지없이 실시하는 백일장.공모전 관계자들은 다른 지자체나 문인단체 시행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는 없는지, 자던 소가 웃을 일이 안 되게 해야 한다. 말할 나위 없이 홍보는커녕 웃음거리만 사는 백일장.공모전은 하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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