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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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 시인ㆍ수필가/ 백 승 록
  • 승인 2013.02.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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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이다. 그래서 음력으로 1월은 상원, 7월은 중원, 10월은 하원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세 번의 보름을 합하여 ‘삼원(三元)’이라고 불렀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정월에 한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쳤다. 이런 정월 중에서도 가장 크고 밝은 달이 뜨는 ‘대보름’은 어둠ㆍ질병ㆍ재앙ㆍ액운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자 기원의 대상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보름이면 풍년과 풍어 등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이 가운데에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놀이문화도 많다. 아직도 학교 운동회나 체육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줄다리기를 비롯해 다리 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 수많은 놀이와 풍속이 대보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이를 통해 협동심을 다지고 화합을 도모했다. 농사철을 앞두고 논밭을 정비하는 데에도 이들 놀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대보름날 치르는 각종 풍속은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1/4을 넘을 정도로 풍부하다. 2주일 정도 앞서는 설날에 행하는 풍속을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는 정초와 대보름이 가진 중요한 의미와 상호보완적인 성격 때문이다.

  사실 설날은 가족 또는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피붙이를 위한 명절’이다. 물론 가까운 지인들과도 인사를 나누지만 설에는 집안의 어른을 찾아뵙고,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설날은 다소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다. 이에 반해 정월대보름은 온 마을 사람들이 즐기는 ‘동네잔치’의 성격이 강했다. 쉽게 말해 지역공동체인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인 셈이다. 물론 수확을 축하하는 한가위에 비하면 먹을거리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함께 풍년을 기원하고, 이웃들과 우정을 나누는 이 날은 마을사람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적ㆍ개방적인 행사였다.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온다. 보름에 먹는 대표 음식은 오곡밥이다. 여기에 무, 호박꼬지, 시래기, 박꼬지, 가지, 고사리 등 마른 나물로 만든 반찬이 있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복쌈이 있다. 김이나 취나물, 피자마잎 같이 널따란 나물에다가 오곡밥을 쌈 싸서 먹는 것이다.

  보름에는 세집 밥을 먹어야 복이 온다 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더위팔기 풍속이 있다. 더위팔기는 정월 대보름날 해뜨기 전 만난 사람의 이름을 불러 ‘내 더위’라며 더위를 파는 세시풍속이다. 상대방이 미리 눈치 채고 대답 대신 ‘내더위 맞더위’라고 외치면 더위를 팔려던 사람이 사게 된다. 매년 무더위를 걱정하던 조상들의 주술적 예방법이다.

  보름엔 밥 아홉 그릇 먹고 남자는 나무 아홉 짐 하고, 여자는 베 아홉 필을 짜라는 말이 있다. 농사일을 간접적으로 부추기는 말 같다. 여기에 또 부럼이 있다. 부스럼 없는 한해를 보내기 위함이다. 그 시절엔 머리에 부스럼이란 피부병에 시달렸다. 부럼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깊다고 본다. 겨울 내내 먹은 음식이 전반적으로 볼 때, 가을에 많든 숙성된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설한 내내 먹었으니 치아가 솟았을 것이다. 그래서 딱딱한 견과류를 깨물어 치아를 다듬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귀밝기술이라 하여 차디찬 정종 한잔을 마셨다. 이것 또한 한파에 응축된 혈관을 넓혀주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 생각된다. 또 다른 뜻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한잔 술로 즐겁게 시작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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