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진 익산시청 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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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익산시청 기자실
  • 문공주 기자
  • 승인 2013.01.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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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기자실」은 정부, 정당, 관공서, 기업 등의 출입처가 기자들에게 마련해준 장소를 말한다. 이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를 「출입 기자단」 또는 「출입처 기자단」이라 부르며, 줄여서 「기자단」이라고도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성격의 단체를 「기자클럽」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각 부처 기자실은 출입 기자제도로 운영되어 출입 기자단에 가입해야 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출입 기자단 가입은 주로 신문사와 방송사에게만 허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자실의 배타적, 폐쇄적인 운영은 끊임없이 비판받았으며 인터넷의 보급으로 언론사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3년 개방형 브리핑룸 제도를 도입하였고 사실상 정부 부처 기자실은 폐지되었다. 이 제도는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기존 출입기자단 제도를 개방형 등록제로 전환하고, 브리핑을 정례화한 것을 골자로 참여정부 들어 실시된 제도이다. 이는 기존의 출입기자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취재를 원하는 모든 기자에게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방문?취재토록 하며, 기자의 개별 공무원과의 접촉은 줄이되 출입처별로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는 제도다. 즉, 신문·방송협회, 기자협회, 외신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 가입된 언론사의 기자는 등록신청 후 신원조회를 거쳐 출입증이 발급되며, 브리핑룸에서 출입처의 브리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자 대부분 언론사와 기자들은 거세게 반발하였고 노무현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그 후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자마자 구성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기자실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하였고 이 결정으로 지금까지 각 출입처에 기자실이 운영되고 있다.
구랍 31일 익산시 출입기자단은 그동안 운영됐던 익산시청 기자실을 새해 1월 2일부터 폐쇄하고, 순수 브리핑 룸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익산시청 출입 기자단은 책상과 사물함, 전화 등을 철수하였다. 지금까지 상주하던 여자 공무원도 본연의 임무인 홍보 업무를 위해 홍보담당관실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 익산시청 기자실은 말로만 브리핑 룸으로 사용했지, 사실상 도내 방송·신문 기자들이 상주하며 취재활동을 벌이는 기자실로 운영됐다. 상주기자들은 익산시청에서 제공한 책상과 전화, 집기 등을 개인용도로 사용해왔다. 익산시청에 등록된 언론매체는 무려 50개 사에 이르고, 출입기자들은 60여명에 달한다. 알려진 대로 그동안 익산시청 기자실은 다른 기자실과 마찬가지로 출입기자제로 운영돼 출입 기자단에 가입해야 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었고,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기자실의 배타적·폐쇄적인 운영은 끊임없이 비판받았으며, 도내 언론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기자실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특정언론과 특정기자들에 의하여 폐쇄적으로 운영된 기자실은 출입처의 식사대접 및 회식 관행, 선심성 해외동행 취재, 민원청탁, 사적인 목적의 정보이용, 관행적인 촌지 수수 등 수많은 폐해의 온상으로 시민들에게 비춰졌다. 기자실을 출입하는 기자들 중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기자가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사연 많은 익산시청 기자실이 순수한 브리핑룸으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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