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렸던 봄비가 그쳤다. 봄기운을 받으며 나서기 좋은 시절이다.
시내버스로 닿을 수 있는 익산의 명소를 찾아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 여행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흰 천과 바람이 아니라 떠날 마음과 시내버스만 있다면 익산 어디든 갈 수 있다.
# 어디가 좋을까? 사랑하고 사랑해서 44
평소 택시와 승용차를 이용하고 생활권이 시내에 있어 시 외곽의 버스노선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청 홈페이지의 버스노선(http://www.iksan.go.kr/iksan/busRoute/busRouteList.do)을 참고하고 버스회사의 도움으로 원하는 노선을 찾을 수 있었다.
44번 노선! 동산동 비사벌 아파트 앞에서 출발하고 황등, 함열 등을 경유하여 웅포면 제성리가 종점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 계절별 볼거리와 남쪽에서부터 불어오는 꽃소식을 마중하고 종점부근에 성당포구마을, 웅포 곰개나루가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돌아오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1회 운행시간은 총 76분 하루에 10회 운행된다.
# 종점에서 종점까지... 찐빵처럼 속이 더 달콤한 버스여행
배차시간을 확인하고 동산동 비사벌 아파트로 향했다.
44번 노선의 출발지이자 종점이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시내버스 여행계획을 말씀드렸다.
익산여객 1231호 버스! 10년 경력의 베테랑 서희주 기사님이다.
차량운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시내를 달리는 동안 차창 밖의 풍경은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늘 보았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느꼈다.
기사님은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모든 승객들에게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운전에 집중하시느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시내를 벗어나자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경유지를 지날 때 마다 간단한 설명과 인근에 있는 지역 명소를 알려주셨다.
토요일 오전! 승객들의 표정은 밝았고, 창밖의 풍경에 눈을 맞춘다. 어르신들의 일상이야기, 젊은이들의 다양한 수다와 함께 버스는 달린다.
30분 정도를 달려 함열역을 지나니 길가의 벚꽃길이 무척 인상 깊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개화되면 정말 멋진 꽃길이 될 거라 생각된다.
웅포에 가까워지자 금강변 자전거 코스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총 11.6km의 강변포구 자전거 코스다. 함라산 둘레길과 강변포구길, 함라산 자전거 코스와 함께 웅포의 즐길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덕양정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모습과 해질녘 노을의 모습이 일품이며, 다가오는 5월 웅포 곰개나루 공원에 캠핑장이 개장된다고 하니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4대강 자전거 길의 하나인 금강종주길(146km)에 속하는 이 자전거 길을 따라 서쪽으로 금강하구둑, 북쪽으로는 성당포구길을 지나 대청댐까지 갈수 있다. 오르막이 거의 없고 경치가 뛰어나 자전거 초보자나 어린이 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성당포구마을에 도착했다. 성당포구마을은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금강 변 포구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어 마을의 내적 외적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연환경을 테마로 한 경관조성과 방문객들의 체류와 교류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농교류관도 5월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인 종점 제성에 도착했다.
주변은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버스종점은 노스탤지어(Nostalgia)다.
시골길을 달리며 먼지를 자욱하게 날리는 버스의 모습에서 고향을 떠오르게 하고, 버스종점에서 다른 버스를 갈아타며 배낭여행을 했던 학창시절도 기억나게 한다.
대부분의 종점에는 작은 시장들이 있었고, 일과에 지친 서민들의 소란함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냥 시내버스 정류장의 하나다.
잠시 마을 주민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말을 건넸다.
10분에서 20분정도 걸으면 옛 포구 주변에 갈대밭의 경관이 좋다고 지역 주민은 설명한다.
꽃샘추위가 길어 개화가 늦어져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지 못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한 익산여행의 새로운 방법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수확이다.
조금 더 따뜻해져서 벚꽃이 만개하면 꽃길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리라 다짐해 본다.
자연을 벗 삼아 어디든 떠나고 싶고 사색을 즐긴다면 가까운 버스 종점을 찾아보라고 적극 추천한다. 이웃들의 이야기와 계절에 맞는 풍경이 반긴다.
# 이곳은 반드시 들르자! - 그냥 지나치면 정말 안돼
함라마을 돌담길 : 토담, 돌담, 화초담 등 1500미터나 되는 다양한 담장의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조해영 가옥과 김안균 가옥 : 우리나라의 전통 상류 양반층 가옥.
숭림사 입구 벚꽃길 : 웅포 송천리에 있는 고려시대 사찰이다. 절의 입구에 벚꽃이 만개하면 터널을 이룬다.
산림문화체험관 : 함라산 둘레길 근처에 있는 산림문화체험관. 녹차최북단자생지가 있다.
입점리고분전시관 : 백제시대 귀족(왕족, 지배층)의 고분. 백제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적지다.
또한 서희주 기사님이 추천해 준 68번과 61번 노선도 관심 가져 볼만 하다.
함열, 금마, 여산을 경유하여 강경대흥시장이 종점인데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고 한다.
# 우리가 모르는 시내버스 이야기~ 106-170
익산시의 시내버스는 총 106개 노선에 170여대의 버스가 매일 운행된다.
시내 순환노선과 시 외곽 순환노선으로 나뉘어져 하루 1회만 운행하는 노선, 100회 이상을 왕복하는 노선 등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다. 가장 짧은 노선의 경우 운행시간은 25분이 소요되며 120분이나 소요되는 노선도 있다./익산=박윤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