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뿌리 깊은 관행으로 꼽히는 ‘꺾기’가 여전히 만연하다.
‘꺾기’란 은행이 대출을 내주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예·적금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를 뜻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꺾기’ 의심 사례는 총 15만9건, 금액으로는 17조3,15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5년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국민은행 꺾기 의심 사례가 3만8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IBK기업은행 2만2,985건, 하나은행 2만2,649건이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는 IBK기업은행이 5조3,037억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은행 3조4,434억 원, 우리은행 1조8,327억 원 순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꺾기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많은 금액의 꺾기 의심 사례를 기록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전체 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총 금액에서 기업은행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1년에는 전체 금액의 36%, 2022년에는 29%, 2023년에는 31%를 차지했다.
또한 2022년 대비 2023년 꺾기 의심 건수는 줄어든 반면 금액은 더 증가했다.
개인 고객에 대한 꺾기 의심 사례가 증가하면서 은행의 꺾기 행태가 더 교묘해지고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기업은행의 경우 이미 수차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꺾기 1위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동반자여야 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 당국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통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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